국산이야 외산이냐를 놓고 치열했던 2.3㎓ 휴대인터넷 기술 표준 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국산 단일표준이냐 외산 복수표준이냐로 업계가 팽팽히 맞섰던 기술 표준 논쟁이 국산 단일 표준을 갖고 가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인해 일단락됐으나 최근엔 국산 단일표준으로 개발중인 ‘HPi(High-speed Portable internet)’이 기술이 “진짜 국산이냐”는 진위 논쟁이 일고 있다.
특히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접 맞서는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어 논쟁의 결과가 향후 휴대인터넷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전자,‘겉만 국산’=25일 LG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하에 삼성전자 등 10여개 국내 업체들이 개발중인 HPi가 실제로는 외산기술과 다를 바 없다며 업계의 HPi 단일표준 채택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HPi는 무선랜 국제표준규격인 IEEE802.16a에 이동성만 추가해서 만든 기술규격이며, 그것을 국산기술로 부른다면 우리가 미국 어레이컴의 기술을 도입해 개발중인 휴대인터넷 기술도 국산”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는 내년 9월 상용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어레이컴의 무선접속·기지국 장비 기술을 채택, 독자 개발을 진행중이다. LG전자는 특히 HPi 개발을 주도하는 ETRI나 삼성전자가 개발일정에 쫓겨 핵심 원천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런콤’사와 휴대인터넷 장비에 탑재되는 핵심 칩셋 개발을 협의중이며, ETRI도 오는 11월 HPi 기술시연을 앞두고 해외 업체와 시연장비 도입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설계는 우리가 하는 것’=이에 대해 삼성전자·ETRI 등은 LG전자가 HPi 개발과 투자는 외면한 채 자사에게 유리한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런콤사와 칩셋 개발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알고리듬을 비롯한 설계를 제공하면 그쪽에서 ASIC칩만 제작하는 방식”이라며 “이를 위해 몇몇 해외업체를 검토중이며 조만간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TRI 관계자도 “HPi 개발에 처음부터 불참한 LG전자는 기술표준화에 대해 할 말이 없으며 결국 나중에 무임승차하려는 시도 아니냐”라면서 “LG전자가 개발중인 어레이컴 기술은 예전 CDMA 도입당시 퀄컴의 사례와 다를 바 없다”고 일축했다.
◇논쟁 배경과 전망=LG전자가 국산기술 진위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향후 시장 판도를 삼성전자가 주도할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 기술 표준으로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상용화할 경우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한 장비납품업체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자체가 왜곡될 것”이라고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양측의 논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장비업계의 이같은 공방이 자칫하면 휴대인터넷 서비스 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HPi의 국산화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는 사실인 듯하다”라면서 “HPi 단일표준을 갈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점에서, LG전자는 HPi 개발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약점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HPi 기술` 국산여부 최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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