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을 광고 전화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으로 기대됐던 ‘전화사절(Do Not Call) 목록’이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법원은 23일(현지시각) “업무권한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연방무역위원회(FTC)의 계획대로라면 전화사절 관련 조치는 다음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이미 5000만명 이상이 등록에 참여하는 등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온 만큼 사태 전개의 귀추가 주목된다. <본지 9월 19일자 11면 참조>
‘전화사절목록’은 FTC가 광고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등록한 소비자에게 텔레마케팅 업체가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FTC에 권한 없다=미국 오클라호마 연방 법원이 23일 “텔레마케터가 소비자의 집이나 휴대폰으로 거는 전화를 통제하겠다는 FTC의 조치는 (그들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가 24일 보도했다. 리 웨스트 담당판사는 “법률상 FTC는 남용되고 있는 광고전화(텔레마케팅)를 억제할 권한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화사절 조치는 (FTC가 아닌) FCC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FTC에게는 텔레마케팅업체들이 자동 다이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든 고객 전화 명단을 가지고 있든 이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텔레마케팅업체들과 직접마케팅협회가 FTC의 조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산업활동을 저해한다며 낸 소송의 결과이며 유사소송이 덴버 연방법원에도 제기돼 있다.
◇상·하원 권한부여 움직임=상·하원 의원들은 FTC를 지지하기 위한 법안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법률상 FTC에게 권한이 없다면 법안을 제정해 권한을 주겠다는 것. 하원에서는 다음달 1일 이전에 FTC에게 전화사절목록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존 디겔 하원의원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원의 존 맥케인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FTC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FTC의 티모시 뮤리스 의장는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광고전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FTC가 전화사절목록을 FCC측에 전달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FCC의 마이클 파월 의장은 “FTC가 목록을 FCC에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입법부와 정부가 발빠르게 FTC의 권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고전화사절 조치가 예정대로 다음달 1일 시행될지는 덴버연방법원 등 다른 주 연방법원들의 판결과 하원의 관련 법안 통과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FTC는 전화사절목록에 올라있는 번호에 텔레마케팅업체가 전화를 걸 경우 건당 1만1000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짓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