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거상

 임상옥(林尙沃)과 여불위는 각각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거상(巨商)이다. 평북 의주 출신인 임상옥은 국경지대 인삼무역권을 독점한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상업의 도(道)를 이룬 성인(聖人)으로 1821년 변무사(辨誣使)를 수행해 청나라에 갔을 때 베이징 상인의 불매동맹(不買同盟)을 교묘하게 깨뜨리고 원가의 수십 배에 팔아 막대한 재화를 벌었으며, 양반이 아니면서도 곽산군수와 구성부사를 지냈다.

 여불위는 황제를 사들여 천하를 움켜쥔 중국 최고의 장사꾼이다. 상인 특유의 지략과 수단으로 조나라 수도 한단에 인질로 잡혀 있던 진나라의 서공자(庶公子) 이인(異人·훗날의 진 장양왕)을 왕으로 만든 여불위는 13년동안 재상을 지내면서 전국시대 말기 제후국 중 가장 강대했던 진의 실제 통치자로 군림한 인물이다.

 사실 사업하는 사람치고 지구촌을 호령하는 거상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삼성이나 현대그룹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자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지만 거상은 하늘이 낸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한 세대를 풍미한 거상, 특히 동북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조선 상인들의 교역을 다룬 경제시뮬레이션 게임인 ‘임진록 온라인 거상’이 대학 교재로 채택됐다. 상업용으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 대학 교재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게임 내용이 현실의 상거래 활동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간접적으로 경험을 쌓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은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3명이 한 팀이 돼 게임을 하면서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어느 팀이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역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각 팀의 초기조건은 같다. 하지만 어떤 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에서의 재산·레벨·신용도 등이 달라진다.

 이데올로기도 사라지고 국경도 사라진 경제의 세기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거상을 꿈꾸는 학생들의 소망이 현실에서도 이뤄졌으면 한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