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관로 이용 놓고 갈등 고조

 KT가 관로 임대 계약과 관련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자 SO업계가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하는 등 관로 이용을 둘러싼 양측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SO가 당초 케이블TV방송용으로 임대 계약한 관로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자 성남·분당 지역 SO인 아름방송(대표 박조신)에 이어 관악유선방송(대표 이동주)을 계약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악유선방송 관계자는 “지난주 초 발송된 소장에 의하면 KT 관로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즉각 중단할 것을 KT가 요구했다”며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1일 1억원의 비용을 지불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아름방송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승소할 경우 전국 SO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관로 뿐만 아니라 전주 무단 사용에 대해서도 조치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KT가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KT 관로 및 전주를 이용중인 전국 SO의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KT의 관로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SO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SO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와 관로 임대 계약시 케이블TV방송용으로 계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상 SO의 역무에 인터넷 등 부가서비스가 포함돼 있다”며 “전국 수십개 SO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SO업계는 정부가 아예 관로 시설 설치 계획 단계에서부터 관로의 일정 부분을 케이블TV 사업 용도로 지정해주는 등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정통부, 방송위원회 등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케이블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SO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자 KT가 원천적으로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단순히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근본적으로 SO 관로 문제를 해결해줄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