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경기 회복기에 들어섰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난 3분기 사업실적을 보면 국내 IT경기가 이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게 한다. 주요 30개 IT기업들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7% 이상, 전분기보다는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각각 18% 이상, 26% 급증하면서 IT경기의 가파른 회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최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반도체 가격상승과 휴대폰,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제품 등의 수출호조가 IT기업들의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 매출액이 10% 이상 증가하고 LG전자와 삼성SDI의 실적이 두자리수 성장을 예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전년동기와 비교할 때 2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사업자들도 긴축경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개선을 일궈냈다.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기업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LG홈쇼핑의 실적이 두자리수 감소를 예상할 정도로 하반기들어서도 내수경기가 풀리지 않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유료화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상거래와 커뮤니티, 게임 등의 확산 추세가 경기침체에 얽메이는 수준이라면 인터넷기업들의 이같은 가파른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경기침체와는 상관없이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통신서비스의 경우도 일차적으로는 사업자들이 투자와 지출을 축소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유지했지만 우리나라 정보화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무선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흐름이 밀려들면서 데이터통신서비스 시장이 커져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의 수익구조에 안정성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내재돼 있다. 정보화의 확산은 일시적으로 추세를 반영할 뿐, 일정 시점 이후에는 전반적인 경기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홈쇼핑이 그렇듯이 인터넷쇼핑도 오프라인의 구매력을 흡수하는 것이지 전체 구매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무선인터넷처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에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IT경기의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결정적인 요소는 요즘 불어닥친 환율과 유가 상승이다. 환율상승은 IT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초래함으로써 자칫 수출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가의 경우는 1달러가 상승하면 8달러의 무역수지 악화를 가져올 정도로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어 내수침체의 골이 더욱 심화될게 뻔하다. 인터넷과 통신서비스도 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곧바로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IT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IT경기회복 초기단계에서 이러한 환율·유가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랫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IT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도 정부의 환율·유가 방어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IT기업들도 이러한 변수에 미리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