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있어 절실한 현안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산적된 미해결 과제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치부되며 교류협력의 논의대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제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대의명분과 호혜적 실리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IT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개발하고 실현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 대안의 하나로 필자는 ‘IT 주도형 남북공동체’ 구상을 제안한다.
남북협력을 전제로 한 공동체 구상은 공동체란 ‘생활과 운명을 같이하는 조직체’라는 감성적 해석과 접근방식보다는 ‘협업적 가치를 중시하는 조직체’라는 이성적 해석과 접근방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 하면 남북 교류협력사업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정량적 또는 정성적 평가치가 설득력을 가져야만 상호신뢰로서 연속성을 가진 교류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IT 주도형 남북 공동체’ 구상을 위한 방법론과 관련해 좋은 사례가 있다. 일본의 대표적 논객으로 경제기획청 장관을 역임한 사카이야 다이치는 그의 저서 ‘도쿄대 강의록(고단샤 간)’에서 바람직한 ‘공동체 구성요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권하고 있다.
첫째, 공동체 구성원의 자질조건으로 사명감과 귀속의식을 가지며 경제적·정신적·시간적·육체적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헌신적 조직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둘째, 기능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체계로서 인맥과 기능이 상호 보완가능한 조직일 것. 셋째, 조직의 지속성이 보장 가능할 것. 넷째, 다른 조직과의 차별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 등을 들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공동체 구성을 위해서는 열정을 가진 구성원 △자율성이 보장된 상호 보완적 기능체계 △항구적인 조직 목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의 보유로 요약된다.
남과 북이 이 요건을 IT 남북 공동체 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동의한다면 어떤 조직이 실현 가능할 수 있을까. 우선 남북 합작에 의한 ‘IT 중심형의 대학 설립’이 가장 시의적절할 것이다. IT 관련 교육, 연구를 희망하는 사명감에 불타는 남북 학생과 교수진 확보는 어렵지 않고 남북이 공동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형태를 주기능으로 하며, 교육, 연구의 지속성을 지닌 교육기관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대학으로 남북이 함께 지원책을 마련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어디에 설립할 수 있을까. 개성공단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개성 지구가 적지다. 공단의 기본 인프라로서 토지·전력·용수·생산·연구개발 인력은 필수요소이므로 개성공단의 핵심인력 공급을 목표로 하는 교육연구기관으로 활용하면 개성공단은 모름지기 확실한 성공을 담보하는 인프라를 구비하는 셈이 된다. 또 개성은 서울과 평양에서 일일 생활권에 속하므로 대학구성원에게는 부담이 적은 이점을 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수한 학생과 교수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을 통한 인간관계의 형성은 공동운명체로 조직화되는 경험 측면에서 보면 남북합작에 의한 IT 중심대학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서 인적교류는 물론 첨단기술의 교육과 획득, 개성공단의 선진화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서 오래 회자될 것임에 틀림없다. 남북 위정자들의 관심과 남북의 관련 인사 등에 의한 활발한 토의와 실천을 기대한다.
◆정희성 선문대학교 컴퓨터 정보학부 교수 hschung@omega.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