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
유무선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최근 정부의 비대칭규제 정책 성과에 대해 하나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비대칭규제라는 말만 나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책 규제의 화살을 서로에게 겨냥했던 이들 양대 사업자를 떠올리면, 이러한 평가는 아주 이례적이지만 뒤집어 보면 ‘더이상 규제의 강도를 높이지 않아도 이제 충분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KT 경영연구소는 최근 ‘통신시장 유효경쟁과 경쟁정책 성과’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유효경쟁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OECD가 시장 유효경쟁의 평가척도로 활용하는 △시장구조(시장집중도, 경쟁확대) △공급자행동(요금인하, 신규서비스 확대) △소비자행동(정보활용 능력 및 협상력 증대) △소비자편익(품질개선 및 만족도)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할때, 국내 시장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대신 두루넷·온세통신·하나로통신 등 최근 불거진 후발 유선사업자의 경영난은 자연스런 구조정의 과정일 뿐이며, 인위적으로 지원에 나설 경우 결국 지배적 사업자의 투자의지를 감소시키고 또다시 시장 과당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점유율만으로 경쟁수준을 평가하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한계사업 퇴출과 신규 시장 창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SK텔레콤도 지난 6월 경영경제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경쟁상황 평가’ 책자에서 국내의 유효경쟁 수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같은 주장을 펼쳤다.
역시 OECD의 평가지표를 근거로 시장구조와 사업자 및 이용자 행동, 시장성과 등 제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국내 이동전화 시장구조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예측해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평균 53%선을 유지할 것으로 추산, 포화상태에 다다른 현 시장구도를 볼때 더 이상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의 수익성 차이는 시장선점 효과에서 기인한 결과가 아니며, 지금처럼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적 규제보다는 반경쟁행위를 사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통부나 후발사업자, 전문기관들은 논리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현실적인 명분이 빈약하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KISDI의 한 전문가는 “비록 점유율만 기준하지는 않으나 OECD 국가들도 절대적인 비중을 두면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비대칭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KT의 경우 시내망 독점, SK텔레콤은 시장선점에 의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사정이 다른 국가들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