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완성 한컴오피스2004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건 토종 오피스 프로그램이 출시됐다. 올 초 새 주인을 맞고 재도약을 선언한 한글과컴퓨터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한컴오피스2004가 바로 그것이다. 한컴은 이날 제품발표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몇 년 내에 우리나라 오피스프로그램 시장에서 외산을 몰아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기능면에서 MS오피스와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제품 출시일에 대해서는 길게 운을 뗐다. 당초 9일로 고객들에게 약속한 출시일을 지키기 위해 제품을 내놓기는 했으나 아직 마무리가 덜돼 양산제품은 12월에나 내놓겠다는 설명이었다.

 백종진 사장은 “한글 등 개별 제품에는 하자가 없지만 일부 품목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부득이 양산을 미루기로 했다”며 “출시 일정을 무리하게 맞춰 졸작을 팔기보다는 완성작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업이 지켜야 할 절대 원칙이다. 질낮은 제품을 시장에 팔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상도덕에 들어맞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다. 이 두가지 상충된 논리를 두고 숙고했을 한컴 경영진의 고민은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거기다 한컴은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짊어진 ‘국민기업’이 아닌가. 지난 워디안 제품 발표 당시에도 출시일을 두 번이나 연기했던 전력을 가진 만큼 이번에는 반쪽의 약속이나마 지키자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양산일정을 연기함으로써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 선 등 외산기업 제품과의 시장 선점 다툼에서 한 발 멀어지게 됐다.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기회비용 손실이 막대함은 자명한 일이며 재기를 염원해 온 국민들에게 안겨 준 실망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컴이 이런 손해를 상쇄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은 결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완성된 제품을 약속한 시간내에 내놓는 것이다.

 <정보사회부=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