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 성장과 탈 지방화

 최근에 들어와서 참여정부의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및 지방혁신 정책과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 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해 각 지역이 고루 잘 살기 위한 필연의 선택임과 동시에 이제는 균형발전을 이루지 않고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당장은 수도권의 경쟁력있는 인프라를 활용한 단기처방의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미래를 대비하기엔 이미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각 지자체들도 참여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정책에 맞춰 지역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중요한 우수기업들은 지방을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현상들이 최근들어 내수경기 위축·수출 부진·자금줄 고갈 등의 3중고를 겪고 있는 벤처기업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벤처기업의 성장단계별 ‘니즈(needs)’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도 창업단계의 벤처기업에겐 고정비를 비롯한 제비용 부담이 적은 지방에서의 창업이 수도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벤처들은 창업초기에만 지방에 머물러 있기를 바랄 뿐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수도권 진입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한다. 그러한 이유들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성장자금의 유입이 쉽지 않다는 점으로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법의 문제를 떠나 아예 벤처 자금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마케팅 문제로 지역 시장의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해 수도권 진출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글로벌 시대에 수도권 진입을 시도하는 것보다 직접 세계시장을 향해 뛸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라도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셋째로는 가장 중요한 고급인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수도권 진출을 소망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벤처가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부분이 고급인력 확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적은 월급을 받더라도 대기업을 가겠다고 하고 있다. 또 생활비 부담이 크더라도 서울생활을 지향하는 등 많은 고급인재들에게 지방은 기피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 역시 비슷한 간접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지역의 한 유망한 벤처 CEO는 “오로지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별히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등에서 좋은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있으나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작은 문제부터라도 신속히 수행해가는 것이 필요한 때다.

 크게는 중앙 산하단체의 기능과 예산을 지방관련 기관에 대폭 이양해 주고 이를 통해 지방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지방주도의 산업 육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금 낮은 단계로 각 지역의 특화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관, 연구소, 교육기관의 일부 기능 부터라도 지역에 이관 및 이양해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한 우수벤처들이 지방에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됨은 물론 지역균형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박광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pkj@di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