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디지털방송장비에 대한 관세감면 정책에 대해 국내 방송장비개발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방송장비업체들은 수입제품의 관세를 면제해 줌으로써 동종 국산 장비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방송장비국산화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최소한 국산화가 진행된 품목에 대해서라도 관세 감면 조치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는 특히 올해말로 다가온 관세 감면 시한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정부의 조치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황=현형 조세특례제한법 제118조의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2001년 7월부터 올해 말까지 정보통신부장관이 지정한 지상파 디지털텔레비전 방송장비에 대해 수입시 관세액의 85%를 감면해준다. 제품 가격으로는 약 7∼8%에 달하는 금액이다. 해당 품목은 제작송출장비를 포함해 87개다.
이 제도의 취지는 국내 디지털방송 활성화를 위한 것. 방송사들이 디지털장비 도입에 드는 비용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국내 디지털방송 콘텐츠 제작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또 올해 말로 종료되는 관세감면 기한을 송신 시설 설치가 완료되는 2006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통부는 재정경제부로부터 이 같은 계획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으며 오는 12월에 연장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국내 업체 역차별’=국내 방송장비개발업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관세감면 정책이 현재 활발히 진행되는 국내 방송장비 개발업체의 경쟁력을 앗아가는 조치라는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은 “이미 해당 감면대상 품목 중 20여개 이상의 장비들이 국산화됐다”며 “국내에 없는 장비에 대한 감면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산화된 장비에 대한 수입제품의 관세감면은 국산장비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강진이 디지캐스트 사장도 “자사가 개발한 디지털AV분배기는 작년 월드컵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사용되고 KBS에 공급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일부 기능에서는 오히려 외산에 비해 우수한데 같은 제품에 대해 외산에 특혜를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방송에 있어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SW)기능이 강화돼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관세감면이 디지털방송장비 국산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통부 ‘일부 품목 제외 검토’=정통부도 업계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조건적인 연장이 아니라 관세감면 시기 연장결정에 앞서 국산화된 장비를 조사해 감면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통부는 현재 방송장비를 개발중인 국내 20여 업체를 상대로 제품개발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달 안으로 제품검증을 위해 업체와의 면담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내 장비산업 자체가 취약해 방송사들이 국산장비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화를 빌미로 감면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정통부는 보고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산화가 진행됐다고 하나 질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극히 드문 게 현실”이라며 “융자나 출연, 기술이전 등을 통한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