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고속인터넷

요금 파격 인하에 `8배 빠른 속도`로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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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케이블TV 업체와 DSL을 앞세운 통신 업체들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놓고 각축하는 가운데 가격 인하 대신 ‘속도’를 선택한 케이블 업계의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기존의 전화 접속 방식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인터넷 서비스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케이블 업계와 전화사들의 ‘속도 vs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화회사들 ‘저가 DSL’ 공세=‘베이비 벨’로 대표되는 지역 전화사들이 속도가 떨어지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DSL로 대대적 공세에 나선 데 대해 케이블 업계는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속도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라고 C넷이 보도했다.

 통신 업체 버라이존은 최근 DSL 사용료를 월 35달러로 30% 인하하며 DSL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어 SBC도 처음 1년 동안 월 사용료 27달러라는 파격적 가격의 인터넷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23달러90센트인 AOL의 전화접속 인터넷 서비스 요금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화접속 사용자들을 흡수할 가능성까지 점치게 하고 있다.

 ◇케이블진영 속도높여 반격=이에 맞서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차터커뮤니케이션, 아델피아 등 미국의 주요 케이블 업체들은 최근 일제히 인터넷 속도를 2∼3Mbps로 2배 이상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케이블 업계는 DSL보다 8배 정도 빠른 속도로 비싼 가격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DSL 서비스는 보통 월 30∼40달러에 256kbps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케이블 인터넷은 1.5∼3Mbps의 속도를 즐길 수 있지만 월사용료가 45∼55달러에 이른다.

 ◇속도보다 가격?=그러나 전문가들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선택 기준은 ‘속도’보다는 ‘가격’이라며 케이블 업계의 전략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56kbps의 속도도 e메일·웹서핑 위주의 일반 인터넷 사용자에겐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시장조사회사 키네틱스트래티지스의 마이클 해리스 사장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서비스에 월 45달러를 쓰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탯/MD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초고속인터넷 사용 가구는 1600만 정도. 이중 케이블 인터넷 사용자는 1050만명으로 DSL 사용자 500만명보다 2배 가량 많다. 이 회사는 내년에도 이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처음에 고려하지 않았던 DSL 가격 인하로 이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케이블 업계가 가격 경쟁력 저하를 무릅쓰고 속도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주문형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개화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핵심 사업인 방송 부문에 인터넷과 통신을 결합해 전화사와 위성TV의 도전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더디게 진행되는 IP 기반 서비스와 케이블망 속도 개선을 위한 투자를 조화시키는 것이 과제로 지적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