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선랜과 이를 지원하는 핫스폿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제3세대(3G) 이동전화망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무선랜과 3G 네트워크간 상관 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핫스폿의 구축이 3G의 보급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선랜이 데이터 소비 문화를 촉진해 3G의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대 진영은 무선랜이 3G의 도입을 방해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3G가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핫스폿과 낮은 대역폭을 가진 2.5G 사이에서 압박을 받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3G와 무선랜간 상충 관계
우선 무선랜과 3G 및 2.5G 네트워크간의 상충관계를 생각해 보자. 여기서는 공중 무선랜과 일반 가정용 무선랜을 동일한 기술로 간주한다.
네트워크는 유형별로 각기 다양한 대역폭과 이동성을 제공한다. <그림 1>은 대역폭과 이동성에 따른 네트워크 형태를 나타낸다. 유선(fixed) 네트워크 환경은 엄청난 대역폭을 제공하지만 이동성이 모자란다. 무선랜이 포함되는 동적(nomadic) 네트워크는 높은 대역폭에다 제한된 이동성을 제공한다. 이동전화는 이동성을 제공하며 대역폭도 2G에서 3G로 갈수록 향상된다.
무선랜과 3G간 상충관계는 무엇보다 거리에 대한 대역폭이다. 무선랜은 높은 대역폭의 접속을 제공하지만 지리적인 접속영역이 액세스포인트로부터 약 90m 이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3G 이동전화망은 광역 커버리지를 제공하지만 데이터 처리량에 한계가 있다.
2.5G와 3G 데이터 서비스는 무선랜의 데이터 속도를 구현할 수는 없다. IEEE 802.11b을 사용하는 무선랜의 경우 최고 11메가비트(Mb)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3G는 정지 상태에서 약 2Mb를 제공하며 이동 환경에서는 속도가 더 떨어진다.
◇3G와 무선랜의 향후 전개 전망
IDC는 무선랜과 3G의 향후 전망을 3단계로 나눈다.
무선랜의 경우 일단 내년초까지 제품 및 표준이 완성되는 단계다. 2004년∼2006년초까지 무선랜의 대규모 구축 및 기업의 도입이 활발해지고 2006년∼2007년에는 공중 무선랜이 전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랜의 대중화는 △칩 제조업체간 802.11 무선 표준의 통합 △하드웨어 가격 하락 △멀티모드 콤보 카드의 등장 등에 의해 힘을 받고 있다. 아울러 무선랜이 광역 셀룰러 네트워크간 접속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입증하면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3G의 경우 앞으로 현재의 정체 상황을 돌파하고 무선랜과 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구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IDC는 전망한다.
3G는 내년초까지 구축을 위한 ‘조율’ 단계에 해당하며 시범 서비스가 활발할 것이다. 2004년∼2006년 초까지는 ‘서비스의 확장 시기’로 다양한 단말기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등이 등장한다. 또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3G가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무선랜의 보편화와 동일한 시기다.
3G 보급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현재의 모바일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 에릭슨 등 유럽 네트워크 운영 업체들에 따르면 통화량이 많아 통화를 차단(blocked call)하는 비율이 35%에 이른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차세대 네트워크 도입을 서둘러야할 시점이다.
둘째, 이통업체들이 새 수익원으로 음성에서 데이터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현재의 네트워크에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창출되는 운영의 효율성과 비용 구조 개선 역시 도입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이통업체들은 비용 구조를 향상해 유선 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즉 현재 22% 정도인 음성통화 중 모바일통화의 점유비율을 가격 인하를 통해 10%포인트 정도 늘릴 수 있다. 이는 네트워크 사용의 50% 향상을 의미한다.
◇3G 도입의 현재 지연 원인
서유럽의 3G 도입은 당분간 느린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GSM, TDMA, CDMA 등의 사례에서 보듯 표준화가 완료된 뒤에도 자리를 잡는 데 5년에서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3G가 이들 표준보다 더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서브시스템의 연동에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GSM, TDMA, CDMA 등이 음성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데 비해 3G는 데이터 처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계층이 추가된다. 게다가 관련 단말기와 사용자가 수신하는 데이터에 대한 이용 패턴은 또 다른 복잡성을 야기한다.
또한 네트워크, 단말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간의 호환성을 보장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호환성은 서로 다른 3G 네트워크간의 호환뿐만 아니라 3G와 2G 네트워크 사이의 호환성도 포함된다.
단말기도 문제거리다. 이통업체들은 지난 2000년 무선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WAP) 서비스가 도입됐을 당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거의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3G의 경우 이통업체들은 제조업체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즉 서비스를 위한 개발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관련 칩 제조업체 등이 모두 3G 지원준비를 완료한 다음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G와 무선랜 비교
무선랜은 대역폭에서 우수하고 셀룰러 네트워크는 커버리지면에서 탁월하다.
두 기술에 속한 주파수 대역에 대한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표1> 예를 들면 특히 서유럽의 셀룰러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3G 사업권 획득을 위해 상당한 액수를 정부에 지불했기 때문에 높은 진입 장벽속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가입자들에게 서비스 품질(QoS)을 보장할 수 있는 ‘깨끗한’ 주파수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공중 무선랜의 주파수 대역은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 더욱이 비허가 주파수는 개방돼 있어 서비스 사업자들이 QoS를 보장하기 어렵다.
◇매출과 사용자 비교
IDC의 정의에 따르면 공중 무선랜 사용자는 적어도 3개월에 한번은 핫스팟을 이용한 사람들을 말한다. 반면 3G 사용자는 단지 음성 전화만 사용하더라도 매일 이용하거나 하루에 수차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가입자을 지칭한다. 또한 ITU의 정의에 따라 3G에는 CDMA 1x와 EDGE 네트워크가 포함된다.
3G와 무선랜이 지원하는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무선랜은 데이터 서비스만을 지원하지만 3G 네트워크는 데이터와 음성을 모두 지원한다. 무선랜 서비스는 높은 대역폭의 다운로드가 가능해 대용량 정보나 비디오 등을 포함한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3G 네트워크는 비교적 ‘협대역(narrowband)’의 통신 서비스로 기본적인 트랜잭션에 적합하다. 이는 뉴스나 정보를 비롯해, LBS, 원격 검침, 스케줄, e메일, 메시징이 대표적이다. 3G 네트워크는 언제 어디에서나 이용 가능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완 시나리오
IDC는 3G와 공중 무선랜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원들은 기업용 무선랜을 사용하며 사무실 외부로 나갈 경우 택시안에서는 2.5G·3G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또 공항에 도착해서는 공중 무선랜을 사용하는 모델을 상정해볼 수 있다. 즉 2.5G·3G 네트워크는 공중 및 사설 무선랜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중앙에는 WAN이 있으며 여기에서 고객이 기지국 제어기(BSC)에 연결되고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패킷 교환장치(SGSN)와 연결된다. 다음에는 사업자 백본으로 연결, 패킷 관문 교환장치(GGSN)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서 서비스 관리가 이뤄진다. 이후에는 SIP 서버로 연결되며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 무선랜은 사업자가 제공한 인증을 통해 나온 것과 동일한 백본을 통해 이뤄진다.
◇향후 전망
이통업체들은 현재 공중 무선랜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충분한 자금력, 적절한 규제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무선랜은 태동기에 불과하다. 보안·QoS의 부족 등 기술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무선랜은 곧 이런 한계를 극복할 것이다.
초점은 무선랜 시장이 성장하며 앞으로 3G의 도입을 자극할지 여부다.
CDMA 1x EV-DO, CDMA 1x EV DV, WCDMA 등의 기술을 비롯해 플라리온 등의 업체가 등장하면서 무선랜과 3G간 상충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기술·업체의 출현으로 넓은 지역에서도 높은 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일 3G에서 1Mb의 데이터 속도가 구현된다면 무선랜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비록 현재의 무선랜이 3G에 대해 부수적이며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이런 관계는 비즈니스와 기술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두 기술을 둘러싼 최종 경쟁의 결과는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업체 및 기관을 비롯, 기술 자체의 특성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승부가 나게 될 것이다. 각 기술을 둘러싼 규제 당국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인규 <한국IDC 커뮤니케이션리서치그룹 선임연구원 ihan@idckorea.com>
◆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IT마켓뷰 시리즈를 끝맺습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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