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대학이나 언론, 또는 관련 기관 및 업체에서 무선인식(RFID) 기술이 바코드를 대체할 혁명적 신기술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 이들의 논점은 무선인식 기술을 무분별하게 찬양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현실적인 핵심 문제를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바코드와 무선인식 기술은 각각 기술의 한계와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현실적 적용성에 대한 조건을 달리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기술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적용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선인식 기술은 갑자기 나온 최신 기술도 아니고 이미 20여년전부터 산업분야에 부분적으로 이용돼 오고 있다.
무선인식 기술은 포함하는 데이터 용량이 클 뿐 아니라 데이터를 반복해서 읽고 쓸 수 있고 원거리에서 판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자동차 생산라인의 조립이나 도장 또는 품질 관리에 오래전부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무선인식 기술이 안고 있는 결정적 문제는 기존의 범용적 종이나 비닐 등 포장지에 직접 인쇄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무선인식 태그의 개당 원가를 20센트에서 1센트 수준으로 낮춘다고 해도 이런 인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단위 상품에 무선인식 기술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바코드는 종이나 비닐 포장지에 추가 비용이나 공정 없이 바로 인쇄할 수 있다. 만약 판매단위를 물류단위로 한다면 단위 상품가도 커지고 무선인식 태그를 부착해도 원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가능하기는 하다. 물류 단위로 판매하는 미국의 창고형 소매점은 적용 가능은 하겠지만 별도로 무선인식 태그를 부착해야 되는 공정과 비용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포장 용기에 대한 인쇄 문제와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전에는 무선인식 기술이 바코드를 대체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또한 바코드 표준이 20∼30여년 전에 완료된 데 비해 무선인식 기술은 현재 국제적인 단일 표준 규격을 확정시키는 단계다.
무선인식 기술 업계는 단위당 비용을 내리기 위해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해왔고 태그 단위당 20센트 수준이면 활용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해왔으나 최소 1∼2센트는 돼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요즘은 무선 태그가 들어간 라벨에 바코드를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도 개발됐다. 따라서 무선인식 기술은 바코드가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기술로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옳다.
바코드 기술도 그간 지속적으로 진화해 요즘은 2차원(2D) 바코드 활용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보건복지증 같은 신분증이나 서류 등이 그것이다. 2D바코드는 많은 데이터를 포함할 수 있고 암호화 기능까지 갖춰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국내서는 이미 부산 아시안게임이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출입증으로 활용해 큰 효과를 보았다. 현재 유가증권과 같은 각 지자체의 쓰레기 봉투에도 인쇄되고 있으며 자동차세와 재산세 통지서, 카드 사용 청구서 등에도 인쇄되고 있다. 요즘에는 UPC/EAN에서 제품 추적관리나 리콜용으로 RSS/CS 코드를 표준으로 채택해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전자정부에서 발행하는 모든 서류에도 이차원 바코드를 삽입하면 위변조를 막을 수가 있기 때문에 도입을 고려해 봄직하다.
바코드의 단점은 데이터 용량이 작고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없다는 점에 있다. 2차원 바코드가 나옴으로써 데이터 용량 문제는 해결됐다. 일기·쓰기 문제는 기존 인쇄 기술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회성 포장 단위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반복해서 사용되는 포장 단위는 무선인식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옳다.
모든 기술에 장단점과 한계가 있는 만큼 대상 기술과 현실성, 경제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서 분야별로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일부 식자들이 이익이나 선동을 위해 한가지 기술을 만병통치약처럼 과대 포장하면 결국 국가 전체의 시행착오와 낭비를 초래하면서 산업계와 국가 정책에 혼란과 혼돈을 조장하게 될 뿐이다.
◆오호근 심볼테크놀로지 한국지사장 oh@symbol-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