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의 케이블망 기반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계획과 각종 디지털 양방향TV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전환에 열을 올렸다.
사실 올초만 해도 연말안으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공언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다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SO들은 없다. 특히 거창하게 논의를 시작했던 전국 규모의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설립도 언제 시작될 지 요원한 실정이다.
이처럼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법·제도의 미비와 함께 케이블TV 사업자들스스로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SO들은 이미 저가형 중심으로 무너져버린 유료 시장에서 디지털 방송을 실시했을 때 과연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양한 채널’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리모콘을 돌리면 광고만 넘쳐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시 콘텐츠 확보가 쉽겠냐는 우려도 나타났다. DMC 참여를 고려하는 대다수 단일 SO는 ‘무임승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 경쟁매체인 위성방송의 가입자 확대와 통신사업자의 방송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케이블TV 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눈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과제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신규 사업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할 필수불가결한 사업이기때문에 더 이상 시기를 늦춘다면 케이블TV 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최근 방송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 참석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전국 70%에 육박하는 가구가 케이블TV를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없이는 국내 방송의 선진화는 상상할 수 없다. 디지털 서비스를 지연시키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은 물론 시장 질서 재정립과 사업자 마인드 전환도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