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의 자존심으로 추켜 세워지던 소니가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다.
소니그룹은 올 상반기(4∼9월)에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4% 줄어드는 등 매출(-3.2%)과 영업이익(-51.3%)이 모두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서 영업이익 전망을 23%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그동안 소니그룹을 지탱해주던 마지막 보루인 게임 사업마저 부진을 보이며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부진에 허우적대는 실적=소니는 올해초부터 부진에 빠졌다. 올 1∼3월에 1165억엔 적자를 내더니 1분기(4∼6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지난주 발표한 2분기(7∼9월)에서도 영업이익이 34.3% 줄었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소니의 주력인 일렉트로닉스부문이 DVD리코더, LCD TV, PDP TV 등 차세대 시장에 경쟁사들보다 늦게 진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LCD 패널. 소니측은 예전에 “LCD 패널은 불완전한 기술”이라고 평가 절하했다가 최근 뒤늦게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결국 독자 추진이 힘에 부쳐 삼성전자에 도움을 청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일렉트로닉스부문은 2분기에 영업이익 36.2% 증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반도체·전자부품에서 창출됐다. 일류기업을 가늠하는 척도인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2000년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최근에는 1%대까지 추락했다. 소니를 일류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새 암초의 등장=소니의 최대 효자인 게임부문마저 흔들리고 있다. 게임부문은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35.6%, -91.2% 감소하며 부진에 빠졌다. 소니는 이에 따라 올해 플레이스테이션(PS)2 판매 목표를 당초 2250만대에서 2000만대로 낮췄다. 자사의 게임 소프트웨어 출하대수도 1000만장 낮춘 2억4000만장으로 하향조정했다.
게임마저 장기 침체에 빠질 경우 소니로선 돌파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니측은 서둘러 게임부문의 연구개발에 300억엔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주변의 우려를 덜어내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밖에 영화사업도 지난해 상반기 192억엔 흑자에서 올 상반기 70억엔 적자로 추락했다.
◇구조개혁에 내몰린 소니=소니는 이달 28일 도쿄에서 2005년까지 추진할 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한 LCD TV 사업 강화를 포함해 인원삭감, 공장재편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개혁안이 시장의 불안을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일고 있다. 소니는 이미 지난 1999년에서 2002년까지 인원 삭감, 공장집약 등의 구조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미래와 관련, △올 연말시즌 LCD TV· PDP TV· DVD리코더 등 전략 시장의 점유율 확대 여부 △차세대게임기 PSX의 성공여부 △구조개혁을 통한 효율성 제고 여부 등이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게임기마저 부진…구조조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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