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ITIPA)가 내년부터 국책연구기관과 중소장비제조업체간 IT지적재산권을 서로 공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하는 ‘IT지적재산권 라이선스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IT지적재산권 풀(pool)’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선진국 IT 관련 유명 기업들이 특허 풀을 운영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이 특허 풀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기술료 지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잘 알다시피 특허 풀이란 한 기업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특허를 필요로 할 경우 각각의 특허권자와 개별적으로 기술료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국내외 특허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공동 특허활용제도다. 때문에 특허 풀 제도가 시행되면 풀에 가입한 IT중소장비제조업체는 풀에 소속된 국책연구기관 등의 우수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기술료 관련 국내외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술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책연구기관과 중소업체간 기술거래를 활발히 할 수 있어 기술개발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지난 97년에 MPEG2 핵심기술을 보유한 8개 업체들이 설립한 MPEGLA를 비롯 1394LA(IEEE1394 특허 보유권자 집단), DVB-TLA(유럽식 디지털 지상방송 기술 보유업체 모임) 등 해외 선진업체들이 차세대 핵심기술을 서로 묶어 공동으로 라이선스 정책을 구사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들 풀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일부 대기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내 중견·중소 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국제적인 라이선스 움직임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불의의 피해를 입거나 대응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 90년대 중반이후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개발된 연구 성과가 많지만 사업화가 미흡하고 지적재산권 풀을 통한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IT중소장비제조업체들의 경우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자금이 모자라 기술가치평가 등 자산화를 위한 전문가를 둘 수가 없어 관련분쟁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이번 IT지적재산권 풀 제도의 도입은 국내 IT장비제조업체들에 있어 지적재산권 사업화 기반을 부여해줄 뿐만 아니라 해외업체들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적재산권 문제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협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IT지적재산권 풀에 가입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혜택 방안도 강구하는 등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지적재산권 풀의 성공여부에 따라 앞으로 BT, NT 등 다른 분야까지 풀 구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초기부터 국가경쟁력과 중소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운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또 IT지적재산권 풀은 풀이 보유한 기술과 국제표준기술간 상관관계 분석 등을 통해 국제표준화 추세에도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단체로도 활동하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이번 지적재산권 풀 제도 도입을 계기로 국내 기업체들이 캐치업이나 응용기술 위주의 제품개발 전략을 과감하게 지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