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네트워크업계 `딜레마`

 “정부 부처가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 또는 회의에 불려다니느라 고유 업무를 볼 시간이 없습니다.”

 최근 만난 홈네트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와 산자부간 벌어지는 ‘밥그릇 싸움’을 고래싸움에 빗대며 민간 기업체 직원들의 등이 휘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선정된 지능형 홈네트워크 사업을 놓고 두 부처가 본격적인 헤게모니 장악에 나서면서 민간기업체 직원들이 각종 행사에 들러리를 서야 하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행사에 참석하고 눈도장(?)을 찍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하는 기업체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두 부처의 해묵은 영역싸움이 차세대 성장동력 과제 선정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두 부처가 홈네트워크 표준화 및 시장선점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듯 각종 협회 및 포럼을 만들면서 참가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도 “본의 아니게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업계 입장에선 이만저만 골치 아픈게 아니다”고 전한다.

 실제로 정통부가 디지털홈 시범사업을 위해 디지털홈포럼을 설립하자 산자부는 이에 맞서 28일 지능형 홈 표준화 포럼 창립총회를 갖고 세 규합에 나섰다. 또 정통부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 선정을 위해 디지털홈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산자부 또한 경남도와 공동으로 보다 광의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적용한 지능형 홈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물론 국가가 채택할 홈네트워크 표준을 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의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에는 민간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지능형 홈네트워크 사업은 세력 규합을 통해 ‘먼저 찜하는 놈이 임자가 되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밥거릇 싸움을 위한 세 확장에 민간업체들이 행사요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