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 `투자 위축`우려된다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내년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어 지난 2000년 이후 4년 연속 투자 감소가 이어질 것 같다니 걱정이 크다.

 잘 알다시피 KT와 하나로통신 등 유선사업자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무선사업자의 시설 및 R&D투자계획은 통신산업은 물론이고 국내 IT산업 활성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무선랜사업, 통신망 업그레이드, 통화품질 개선, 멀티미디어서비스 사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장전망이 밝은 것이고, 줄어들면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주요 통신사업자의 내년도 투자계획을 예의 주시하면서 일희일비하는 이유도 이 계획이 내년도 IT시장동향을 미리 보여주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주요 유무선 통신사업자의 내년도 잠정투자금액(6조6300억원)이 지난해 수준(6조7634억원)을 밑돌 정도로 보수적이라는 것은 내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물론 그룹 최고 수뇌부가 전략사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확대하는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현 수준을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통신사업자들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은 시장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그동안 중점 추진해 왔던 무선랜 사업 등이 당초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투자규모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0년 3조4593억원, 2001년 3조5127억원, 2002년 3조100억원을 투자했던 KT가 올해(2조4000억원)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든 금액을, 외자유치로 투자여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하나로통신이 올해보다 줄어든 3000억원을, 데이콤과 파워콤은 각각 올해와 비슷한 1300억원, 2100억∼2500억원선을, 법정관리중인 두루넷·온세통신 등이 올해보다 적은 금액을 투입하는 등 내년도 투자금액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보다는 초고속인터넷 등 기존 부문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통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3세대보다는 망 업그레이드와 통화품질 개선, 휴대전화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존 망 업그레이드와 멀티미디어서비스에, KTF는 2세대 통신인프라 업그레이드와 통화품질 부문에, LG텔레콤은 휴대전화 멀티미디어서비스와 통화품질 개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대를 모으던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계획이 이처럼 보수적인 것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골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해외시장은 회복이 요원하고, 꽁꽁 얼어붙은 내수시장은 해빙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던 무선랜사업 등 신규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기대를 모았던 3세대 WCDMA 사업 전망도 회의적이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줄이고 기존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신산업은 한국경제호의 성장엔진이자 젖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이 보수적인 투자에 나서고, 이로 인해 IT산업이 위축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서둘러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