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업계가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환경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도(LLU)·번호이동성 등 시장구도를 뒤흔들 정책 규제 변수가 도사려 내부전열 가다듬기에 최우선적인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상 연말 또는 연초 단행되던 인사도 대부분 다음달께로 앞당겨지고, 사업자에 따라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를 반영한 대규모 인사태풍도 예상된다.
KT는 예년 보다 석달 가량 서둘러 다음달 대규모 인사를 단행키로 하고, 이번주까지 임직원 평가작업을 마무리한다. 특히 취임 1년이 되어가는 이용경 사장이 적극적인 자기 색깔을 드러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대외협력 부문과 신사업추진 조직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현재의 정태원, 송영한 복수 부사장 체제가 유지될 지 아니면 단일 총괄 부사장으로 갈지도 주목된다. 만약 단일 부사장 체제가 된다면 이 사장을 보좌하는 기능은 물론 KT내에서의 역할과 위상이 훨씬 강화될 전망이다.
보다 효율적인 신사업 관리를 위해 현 박정태 서비스개발연구소장이나 홍원표 글로벌사업단장, 김영한 솔루션사업단장 등 이른바 차차세대 주자들의 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함께 10명 안팎의 본사 임원들을 KTH·KT파워텔 등 자회사로 이동배치해 조직쇄신과 자회사 역량 강화를 꾀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임원 전원 사표라는 극약처방을 낸 하나로통신은 다음달 10일을 전후한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는 윤창번 사장의 향후 경영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여서 비상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인물은 최연소 임원이자, 하나로통신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서정식 변화관리담당 상무. 윤 사장이 서 상무를 비롯한 신진 주자들을 요직에 중용, 경영혁신을 주도하는 동시에 주요 사업담당 임원급은 현 체제를 유지, 사업기반 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는 또 현 임원 가운데 실적이 부진했거나, LG그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인사, 혹은 각종 비위에 연루된 인물들은 대거 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에선 정홍식 통신사업 총괄사장의 거취 문제가 화제다. 하지만 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이 통신사업 철수 같은 극단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현 통신부문 경영진이나 주요 임원급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다음달 통신사업 구조개편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 총괄사장에게 그룹 통신사업의 전권을 위임해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들어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년보다 한달이상 앞당긴 다음달중 정기인사를 단행할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참여 범위·형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구속후 우왕좌왕했던 여타 그룹사와는 달리 SK텔레콤은 표문수 사장, 최재원 부사장을 축으로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실적 또한 월등한 편이어서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SK사태에 따른 의외의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돌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