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함께 가는 `지식정보사회`

 지난 주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전 직원과 함께 설악산을 다녀왔다. 일면 한가한 가을산행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시근무를 마치고 휴식 없이 바로 오색으로 이동하여, 야간에 대청을 올라 일출을 보고,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험난한 일정이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이유는 올해 정보격차해소전담기관으로 출범한 진흥원의 1년을 되돌아보고 보다 효과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함이었다.

 설악산 산행로에는 지형에 따라 돌계단, 목재계단, 난간, 밧줄 등이 설치되어 있다. 극히 험난한 지형에는 철제로 계단이 만들어져 누구나 용이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어떤 폭포의 철제계단에는 ‘이 곳은 지형이 험난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으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누구나 이 폭포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글귀가 표지판에 새겨져 있다.

 새로운 정보기술의 등장과 선각자들의 노력 등이 더해져 마치 거대한 습곡작용처럼 정보화에 지형변화를 일으켰다. 거대한 지식의 봉우리가 형성되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들은 형형색색의 단풍잎처럼 봉우리들을 치장했다. 정보는 마치 계곡물처럼 자유롭게 흘러내려 많은 이들이 정보화가 주는 혜택에 환호했다. 특히 단시일에 우리나라는 세계 제1위의 브로드밴드 강국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보였다. 그러나 급속한 정보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사회 각 계층간에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접근과 이용기회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정보격차 문제 또한 세계 어느 국가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정보화라는 풍요한 자산의 가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질학자가 아닌 이상 복잡한 습곡과정과 풍화과정을 다 이해할 수 없으며 설악산과 같은 웅장한 산세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암석의 종류, 지층의 구조, 식생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누구라도 조금의 노력만 있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설악을 밟으며 청량한 계곡, 기이한 봉우리,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아름다운 풍치는 충분히 맛 볼 수 있다. 정보화도 마찬가지다. 난해한 정보화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일반인들이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의 관심과 노력이다. 정보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정보화가 우리 생활 전반에 가져올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며 이를 바람직하게 수용하려는 자세만 있다면 그 무궁무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과정은 누구나 고통스럽지만 체력과 근력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지식정보사회로의 접근과정도 마찬가지다. 신체적·경제적·지역적 차이에 따라 쉽고 어려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정보와 지식이 정치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삶의 질을 결정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격차는 곧 기존의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향후 수년내 우리사회가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정보화에서 단절된 정보소외계층은 지식정보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될 개연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격차해소의 문제는 이제 21세기 시민의 핵심권리(가칭 정보시민권)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험난한 산행로에 설치된 다양한 안전물들은 산을 찾는 이들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여 산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정보화가 풍요로운 생활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경제적·신체적 불평등을 정보화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모인다면 우리 국민은 누구나 소외됨 없이 정보화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난간, 밧줄, 철제계단 등을 갖게 될 것이다.

◆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