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리눅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네트워킹 SW 전문업체인 노벨이 4일(미국시각) “독일 수세를 2억1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레드햇이 주도아래 있는 리눅스 시장의 격변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레드햇은 세계 최대 수요처인 북미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리눅스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과시해 왔다.
이번 합병으로 내년 1월께 등장할 노벨-수세 연합회사는 모회사인 IBM이 노벨의 우선주 2% 정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노벨에 5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어서 노벨-수세-IBM이라는 탄탄한 3각망 형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MS의 오랜 경쟁자 노벨은 리눅스 시장 강자로 새로 거듭남은 물론 MS를 위협할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리눅스분야 만년 2인자였던 수세역시 노벨과 IBM을 등에 업고 레드햇과 자웅을 겨룰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인수건과 관련, 시장조사기관 레드몬크의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거버너는 “IBM이 중요한 브로커(중계인) 역할을 했지만 두 회사가 각각 미국과 유럽에 기반하고 있는 등 지역·문화적 차이가 작지 않아 통합 시너지가 제대로 발생할 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병 어떻게 진행되나= 노벨은 자사의 1분기 회기가 끝나는 내년 1월말께 수세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노벨은 합병 후에도 수세 제품과 브랜드를 유지하는 등 수세의 큰 뼈대를 계속 유지하면서 수세 조직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노벨 대변인 브루스 로우리는 “수세 경영진이 대부분 남아서 현재처럼 리눅스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노벨은 400여명 직원을 거의 인계할 예정이다. 그러나 리차드 사이브트(Ricard Seibt) 수세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소식이 발표되던 날 그는 전화회견에서 “노벨과 합치는 작업을 전적으로 지원하며 도울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아 여운을 남겼다.
노벨은 수세 인수로 연간 매출이 3500만∼4500만달러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벨 리눅스 시장 강자 부상=수세 인수를 계기로 노벨의 리눅스 사업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넷웨어’라는 네트워크용 SW를 기반으로 한 성장에 한계를 느낀 노벨은 2000년 초부터 리눅스 사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어 올 4월 넷웨어 운용체계로 작동되는 모든 시스템에 리눅스를 지원한다고 선언했으며 8월에는 데스크톱 용 리눅스 전문 업체인 지미안(Ximian)을 인수하는 등 리눅스 사업을 확대해 왔다.
수세는 리눅스 인수를 통해 지미안의 데스크톱에 이어 강세를 보여온 서버용 리눅스 시장에서도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레드햇, MS 타격 예고=이번 합병으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등을 앞세워 세계 리눅스 시장의 패자로 군림해 온 레드햇이 가장 긴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의 지원을 받고 있는 수세-노벨과 리눅스시장에서 이전보다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이기 때문. MS도 편안한 처지가 아니다.
비록 두 회사는 “우리의 타깃은 레드햇이지 MS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오랜 경쟁 관계였던 노벨과 MS는 오랜 기간 경쟁자였기 때문에 MS시장을 노리는 노벨의 ‘공략 발걸음’은 그만큼 힘이 더 실릴 전망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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