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차세대 자동차 `마이웨이`

 차세대 자동차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일본업체들의 움직임에 세계자동차 업체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두나라 업계가 최근 보여주는 전략적 차이점과 배경이 흥미를 자아낸다.

 일본업체들은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병행한 하이브리드차의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업체들은 최근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연기하고 연료전지차 개발에 주력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업계의 방향 전환은 ‘하이브리드 기술 부족’ ‘개발 부담 증가’ 등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발 테마의 초점을 연료전지차로 맞췄다는 점, 이들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감안할 때 하이브리드차에서 연료전지차로의 전환이 의외로 빨리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곧바로 연료전지로 간다=미국자동차 업계의 대표주자 포드와 GM은 2003년, 2005년에 각각 내놓을 예정이었던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연기했다. GM은 “차세대 자동차의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차보다는 진정한 환경보호 차원의 연료전지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기술 부족을 인정하기보다 연료전지차를 통한 획기적인 저공해차 시대의 문을 먼저 열겠다는 의지다.

◇하이브리드차에서 앞선 일본=하이브리드차는 모터와 엔진의 동력을 부드럽게 바꾸는 고도한 기술이 요구되며 승차감과 주행성능이 가솔린차와 비슷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며 지난 가을 미국시장 출시 이전에 1만대를 수주했다. 반면 GM·포드 등은 구입 부품의 조립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 제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M은 또 도요타 프리우스 스타일의 ‘완전형’ 하이브리드차 출시 계획을 2년 후로 넘겼다.

 다만 발진시 보조동력에 모터를 탑재한 ‘간이형’만을 조만간 출시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업계는 간이형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개발 초창기 모델인만큼 기술적 열세를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향후 친환경차 구도=최근 도쿄 모터쇼에 선보인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포르쉐는 ‘도요타 등 일본업계의 마케팅 용어’, 포드는 ‘연료전지차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각각 표현했다. 일본에게 순순히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속내를 보인 셈이다. 현재 유럽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에, 미국업계는 연료전지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형국. 이에 대항하는 일본업계는 지난 9월 이후 프리우스의 호조로 대 중국수출까지 검토중이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 경쟁은 이미 상용화된 디젤차와 일본의 하이브리드차, 그리고 10년 후에나 보급이 기대되는 미국의 연료전지차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