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의 신규 사업

 KT의 신사업 개척 행보가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6월 IT분야 제조업 강자인 삼성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위성방송 등 디지털기기와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결합한 차세대 신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엊그저께에는 게임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 11일 이틀간 KT를 비롯해 계열 12개사 사장 및 임원진이 모인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비전경영회의를 갖는 등 앞으로 먹고 살 사업 찾기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의에서는 사업 참여를 공식화한 게임을 비롯 위성DMB, 휴대인터넷, 텔레매틱스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꼽아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거대 통신기업인 KT가 이처럼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본다.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국제전화, 시외전화 등 유선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유무선통합서비스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KT가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망사업과 관련됐거나 미래 환경이라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분야로 통신업체뿐 아니라 전세계 유수 기업들이 모두 덤벼들고 있는 산업이다.

 일각에서는 KT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KT도 민간기업인 이상 IT가 기기와 서비스, 서비스와 서비스가 서로 융합(이른바 디지털컨버전스)돼 가는 추세에 대응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일본 NTT가 온라인게임 사업을 전개하는 등 국내외 주요 통신업체들이 게임사업, 방송사업 등을 통한 콘텐츠 확보에 나선 것을 봐도 그렇다.

 이번 KT의 게임사업 참여는 KT측 말대로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중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및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강화에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이 보다도 위성DMB 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통신사업에 대비, 통신과 방송을 융합한 신규서비스를 위한 핵심 콘텐츠 확보사업의 일환으로 보는 게 옳다고 본다. KT가 게임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게임 개발이나 서비스 분야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중소 게임제작사에 개발자금을 대면서 콘텐츠 신디케이션 방식으로 사업을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물론 KT가 갖고 있는 자금력 등 인프라나 국내 IT산업에서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KT의 신규사업 진출은 기존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만을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IT산업이나 게임산업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오히려 많다. KT가 이번에 게임사업에 참여하면서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쟁기업들의 투자를 자극해 자금줄에 목말라하는 게임 개발업체들의 숨통을 틔워 줄 것이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또 KT가 국내외 각종 인프라를 동원할 경우 게임인구 저변이 확대되고 국내 게임의 해외 진출 판로를 얻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KT가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새로 개발되는 게임의 판권을 싹쓸이 할 경우 가격 상승이란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는 만큼 KT가 공정한 경쟁이 벌어지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될 때 우리나라 게임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