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더. 포지션별 전문화가 이루어진 현대축구의 한 포지션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 역시 골을 넣는 최전방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다. 펠레, 마라도나, 에우제비오 등 한시대를 풍미하며 축구역사를 새로썼던 선수들도 대부분 공격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등 화려한 골잡이들이 계보를 이루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현대축구는 확실히 미드필더의 스포츠다. 스피드가 빨라지고, 공격진영과 수비진영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중원을 누비며 공수를 조율하는 미드필더의 능력이 게임을 좌우한다. ‘축구계의 흥행 보증수표’ 데이비드 베컴. ‘중원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 ‘포르투칼의 영웅’ 루이스 피구 등 그야말로 미드필더 전성시대다. 아직도 축구천재 호나우드, 앙리, 라울 등 스트라이커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미드필더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드필더들은 많이 뛴다. 때론 수비수로 때론 공격수로서 전후방을 넘나들다보면 뛰는 양이 가장 많다. 체력소모도 그만큼 많다. 축구는 단체경기다. 화려한 골잡이도 중요하지만, 공수의 연결고리로서 게임을 리드하며 90분간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미드필더의 모습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케한다. 경기중에는 코치나 감독보다 게임메이커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과학기술을 굳이 축구에 비유하자면 미드필더는 아마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들일 것이다. 공격수인 산업체와 수비수인 대학을 연결, 성공적인 골(연구결과)을 넣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미드필더와 마찬가지로 출연연들은 때론 산업체가 하는 응용기술을, 때론 대학들이 맡는 기초연구를 수행하며 과학기술의 허리역할을 맡는다. (기술개발)스피드가 빨라지고 골결정력(연구성과)이 중요해지면서 미드필더(출연연)의 역할은 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골잡이인 산업체에게만 화려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열매를 수확하는 산업체와 수많은 씨앗에서 될성 싶은 종자를 골라내 어엿한 ‘묘목’으로 만드는 출연연은 그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공격수만 잘 키워서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선진축구를 구현할 수 없는 것처럼 수비수인 대학과 미드필더인 출연연이 뒤를 탄탄히 받쳐줘야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미드필더가 약해지면 공격과 수비 모두 흔들리게 마련이다.
<이중배 디지털산업부 차장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