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4시. 일부 직장인들은 나른함을 느끼기도 한다지만 오전의 부산함과 회의 등이 정리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에 집중해서 무아지경에 빠지려는 순간 휴대폰에서 문자가 온 것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린다. 문자메시지는 대부분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서 오는 법이기에 일을 중간에 끊고 무의식적으로 문자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광고]OOO’로 시작하는 휴대폰 스팸이다. 과장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반가움이 분노로 바뀌는 기분이 든다. 집중해서 일하는 순간을 방해하는 것도 언짢지만 “누구에게서 오는 메시지일까”하고 기대하는 기분 좋은 심리도 깨버려 더욱 속이 상한다.
인터넷 스팸메일이야 자신이 메일을 확인하는 능동적인 과정에서 눈에 밟히기 때문에 굳이 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면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폰은 다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스팸’으로 인해 집중력과 기대감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스팸과 달리 이동통신회사가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스팸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그 이동통신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내게 그런 문자를 보내도 괜찮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고객에 대한 좋은 정보를 주겠다는 취지이겠지만 정작 고객의 시간을 아끼는 배려는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콜백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서비스업체들에게는 좋은 마케팅 방법일지 모르나 소비자에게는 귀찮은 일이고 때로는 일이 중간에 끊겨 괜히 짜증만 늘게 된다.
모바일 인터넷이 휴대폰의 용도를 바꾸고는 있지만 이렇듯 양해없는 문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모바일 인터넷이 단지 상품 광고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모바일 세상이 또 다른 편리함으로 인식되기도 전에 상품 광고와 콘텐츠 광고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면 ‘망 개방으로 콘텐츠 접근도가 높아지네, 좋은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네’라는 말들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다량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이며 그것이 개인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스팸을 보내는 회사들의 영업도 좋지만 서비스사용자들은 휴대폰 ‘스팸’메일을 업무시간만이라도 안보았으면 한다는 것도 알아 주었으면 한다.
김병철·서울시 관악구 신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