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TV방송 50년를 맞은 일본은 12월부터 도쿄·오사카·나고야 3대 도시권에서 지상파TV의 디지털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01년 서울·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상파TV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3년이나 늦은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고선명(HD)TV 방송을 주당 50%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주당 13시간인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HDTV 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에 할애했다.
일본이 이같이 공격적으로 디지털방송을 추진하면서 세계 디지털TV 수신기 시장에서 일본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일찍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시작해 놓고도 여전히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했다. 일본의 뒤늦은 공세로 우리나라가 아날로그에 이어 디지털 방송에서도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고민은 전송방식이 아니다. 주파수 재배치 문제와 민간방송사의 투자 기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로 골머리를 앓는다.
127개 지상파방송사가 있는 일본은 2011년까지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병행해야 해 심각한 주파수 부족이 우려됐다. 민영방송사들도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디지털전환을 꺼린다.
NEC 수석 기술고문이자 일본 지상파TV 기술표준 제정연구그룹인 DiBEG(Digital Broadcasting Experts Group)의 수기모토 아츄미 부의장은 “주파수가 부족해 디지털방송을 위한 주파수 배정을 위해 기존의 아날로그방송 주파수를 전면 재배치(‘아나-아나 변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파수 재배치에만 1800억엔의 자금이 소요되며 일본 정부가 모두 지원하기로 했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는 그 대안으로 방송사로부터 받는 전파사용료를 올리려 한다. 그러나 방송사, 특히 지역 민방들은 정부가 지원해야 할 자금을 왜 방송사가 내야하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달 도쿄·나고야·오사카 지역에서 시작되는 일본 독자방식의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아날로그 주파수 재배치 문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불거질 문제다. 또 재정능력이 부족한 지역방송국들이 일정대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디지털방송 수신TV가 기대처럼 원활하게 보급될 지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장애물이 놓여 있으나 일본의 정부, 방송, 산업계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에 비해 디지털방송을 먼저 시작하고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 투자도 활발하며 주파수 부족 문제가 덜 심각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이 차이가 일본이 우리나라를 맹렬히 추격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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