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에 대비한 전국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의 기술기준이 국제표준인 ‘테트라(TETRA)’ 방식의 디지털TRS(주파수공용통신)로 확정, 기관별로 통합망을 구축하고 있으나 관련 국내 표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부작용이 예상된다.
국내 표준화 기관인 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테트라 관련 단체표준이 전무한 가운데 국제표준만으로 통합망 구축이 진행되면 테트라 표준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일부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국내 단말기 업체들의 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7일 정책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부산교통공단은 최근 부산에 신설되는 지하철 3호선에 100억여원을 들여 열차무선설비를 구축키로 하고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입찰을 실시중이나 테트라 방식 디지털TRS라는 기준 외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공단 김영동 통신공사팀장은 “정통부로부터 아무런 기술기준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일단 디지털TRS망을 구축하는 부산경찰청과의 호환을 조건으로 제시해 놓았다”고 밝혔다.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은 “M사가 부산경찰청에 구축한 TRS망이 유럽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최신 버전을 적용해 M사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며 “호환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향후 단말기 입찰에서도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합망 계획이 중앙안전대책본부의 최종심의를 거치지 않아 기술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계획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새로 통신망을 구축하는 기관에는 일단 테트라방식으로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며 “세부적인 기술기준을 정통부가 관할토록 했다”고 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테트라는 국제표준이기 때문에 이 표준만 따르면 호환성 문제나 일부 업체의 진입장벽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통합망 세부계획이 확정되면 산학연 협의회를 만들어 세부적인 기술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은 약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재난·재해 관련 기관이 호환해 구축하려는 것으로 내년까지 서울 수도권과 4대도시, 2005년까지 중소 지방도시, 2006년까지 도서 산간지역 등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