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방송에 승부수](2)디지털TV 수신기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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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 전자상가가 밀집돼 있는 아카하바라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따른 디지털TV 수신기 보급 확대로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파급효과 200조엔에 달하는 일본 경제 기폭제가 눈 앞에 다가왔다.”

 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전국회의(약칭 추진전국회의)의 야마구치 노부오 의장은 지난 5월 23일 열린 출범식에서 이렇게 단언하며, TV·비디오·방송장비 등을 모두 교체하는 거대한 시장에 대한 기대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되는 12월 오전 11시, 일본 가전업체들은 200조엔 시장이라는 거대 시장을 목표로 8년에 걸친 대장정에 들어간다.

 ◇디지털TV 보급 현황 및 전망=일본은 이미 1996년 CS(통신위성) 디지털방송, 2000년 BS(방송위성) 디지털방송을 개시하는 등 디지털TV 보급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왔다. 9월 현재 230만대(셋톱박스 포함)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인 위성방송은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폭발적인 디지털TV 보급 촉매제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이에 비해 2011년 아날로그방송의 종료로 인해 기존의 시청자들은 모두 ‘자의반 타의반’으로 디지털TV 구입해야 한다. 일본 디지털TV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이유로 2011년 1억대 보급을 기치로 내걸었다.

 일본 정부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 수신 세대 보급 목표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1000만 세대, 2008년 2400만 세대, 2011년 4800만 세대로 잡고 있다.

 ◇신(新) 3종 신(神)의 선물=디지털TV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선은 뜨겁다. 자동차산업과 함께 일본 경제을 이끄는 ‘투 톱’인 전자업계의 부활을 이끌어줄 새 동력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50년대 중반 일본 경제의 시동을 건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이른바 ‘3가지 신의 선물’에서 60년대 중반 고도성장을 이끈 컬러TV·쿨러(에어컨)·자동차 등 ‘3C’에 이어 이번에는 디지털TV·DVD리코더·디지털카메라라는 ‘신(新) 3종 신의 선물’이 경제를 부활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의욕은 총무성을 비롯, NHK 등 방송국, 도시바 등 TV 및 방송장비제조업체 등 400여 관련 업체·단체들을 총망라한 ‘추진전국회의’에 압축돼있다. 관련 업계가 디지털TV 보급을 위한 총력전 태세를 가다듬고 정부가 이를 뒤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 셈이다.

 이에 앞선 97년에는 일본 25개 주요 TV 및 방송장비업체들이 디지털TV 보급 촉진을 위한 디지털 브로드케스팅 엑스퍼트 그룹(DiBEG)을 설립하고 사전 준비 작업을 철저하게 진행해왔다.

 ◇가전업체는 앞으로 앞으로=지상파 디지털방송 개시를 앞두고 일본 주요 가전업체들은 이미 총탄을 퍼붇기 시작했다. 일본 디지털TV시장은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는 2011년까지 TV수신기 교체 수요 등 직접적인 수요만 약 40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도시바가 지난 6월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수신 가능한 TV 판매를 개시한데 이어 샤프(7월), 히타치(9월), 산요·소니·마쓰시타(10월)가 가세했다. 일본 업체들은 일본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 정복에도 기치를 한껏 내걸고 있다. 도시바의 경우 지상파 디지털TV를 일본·유럽·북미지역에서 동시에 출시중이다.

 그러나 가전업계의 기대처럼 디지털TV보급이 원할하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않다. DiBEG의 스기모토 아츠미 부의장은 “2011년 1억대 달성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 지상파 디지털방송 수신기의 가격(도시바 기준)은 42인치 PDP TV가 75만엔 전후, 26∼37인치 LCD TV가 45만∼75만엔 선이다. 이는 다른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쿄에서 만난 택시운전기사인 스즈키씨(53)는 “5만∼7만엔(50만∼70만원)정도면 구입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와 제조업체간 가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