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예정됐던 ‘전국 전자 유통 상가연합회(가칭)’ 발족이 불투명해졌다. 상인 단체의 구성은 이해 관계가 얽히고설켜있는 집단상가의 특성상 상인들의 전폭적인 협조 아래서만 이뤄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긴 하다. 어떻게 보면 전국의 상우회들을 하나로 묶는 이번 연합회의 발족 계획 자체가 ‘꿈’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국 상가상우회 회장들로 구성된 출범준비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과연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집단 상가를 불황에서 건져내기 위해 나선 상인대표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출범식이 무산된게 당연한게 아니냐는 생각조차 든다.
그동안 연합회 준비과정에서 상우회장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불신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상우회장들은 저마다 상가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창했지만, 연합회 출범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바로 준비위원들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준비위원은 “계획단계부터 준비위원 가운데 ‘누구 누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이 돌았다”며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알고 보면 자신이 준비위원회를 주도하고 싶어했거나, 자신은 아직 ‘살만하다’는 등 자의적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과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할인점과 양판점 등은 하루가 다르게 집단상가를 대적할 만큼 성장하며 고객들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국의 전자집단상가는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갈수록 빈 매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국내 최대라는 용산전자단지의 경우 내년 9월 개장하는 민자역사에 ‘복합쇼핑몰 스페이스9’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금의 상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무산된 연합회의 출범은 이처럼 불황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침체의 늪으로부터 탈출해내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연합회가 상인들의 친목과 단합을 넘어 상가 전체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되는 단체인만큼, 흔들리는 출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한발짝씩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디지털경제부=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