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의 이동통신장비업체 에릭슨사의 대주주들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월렌버그 가문의 불합리한 기업지배구조를 종식시킬 개혁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현재 스톡홀름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점한 에릭슨의 주식은 ‘1주=1000표’인 A주식과 ‘1주=1표’인 B주식으로 나눠져 차등 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미국식 제도와 상반된 것이지만 대부분 유럽국가는 적대적 M&A를 막고 안정된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창업자의 차등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타 유럽국가에서 A주식에 대해 1주=10표까지 인정하는데 비해 에릭슨의 경우 그 100배가 넘는 1주=1000표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 덕분에 스웨덴 최대 재벌인 월렌버그 가문과 스벤스카 한델스 은행은 에릭슨의 주식 5%를 소유하면서도 주총에서는 80%라는 확고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월렌버그 가문은 B주식을 소유한 외국계 대주주들의 불만이 조직화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자 에릭슨의 주식구조를 개선하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B주식 소유자들은 기존에 소유한 A주식 총액만큼 자신의 B주식을 의결권이 높은 A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협상안이 실현될 경우 월렌버그 가문과 한델스 은행의 의결권은 40%로 줄어들고 외국투자가들의 영향력은 훨씬 커지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렌버그 가문이 외국투자가들의 적대적 M&A로부터 에릭슨을 보호하기엔 충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신문은 에릭슨의 주식구조가 바뀔 경우 의결권이 줄어드는 기존 A주식 보유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로 월렌버그가문과 대주주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협상안이 타결될 지는 미정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에릭슨이 불합리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외국계 대주주들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향후 기업구조개선에 필요한 외자유치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