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게임시장 헤게모니

 “중국인들은 사업을 할 때 길게 바라봅니다. 눈앞의 이익은 달콤하지만 영원하지 못합니다.”

 얼마전 대만의 유력 IT업체 사장은 인터뷰 도중 느닷없는 얘기를 꺼냈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미래를 물었는데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국인의 사업관만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중간을 잘랐다. 질문의 대답하고는 거리가 있는데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인터뷰 초반 머금었던 약간의 미소마저 온데간데 없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약합니다. 그 첫번째가 의사소통이고 두번째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사업태도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롱텀(장기)비즈니스입니다.”

 맞다. 지난 몇년간 한국의 중소 IT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중국행 보따리를 쌌다. 대부분 해외사업의 첫단추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너무 몰랐고 중국을 너무 몰랐다. 중국을 경험해 본 중소 IT업체들은 ‘중국쪽을 보고는 xx도 안싼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된서리를 맞았다.

 그런데 다시 중국에서 ‘러브콜’을 보낸다.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당시 우리가 아쉬워서 중국문을 두드렸다면 지금은 중국이 아쉬워서 한국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롱텀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국의 중국진출 사업을 바라보는 것은 순전히 그들만의 기준이다. 한국의 IT기업들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만큼 안다. 이제 더이상 게임에 관한한 중국이 얘기하는 ‘롱텀’이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규제와 단속의 틀속에서 그들의 ‘롱텀’이란 결국 우리 IT기업들을 고사시키는 달콤한 유혹임을 국내 업체들은 비싼 값을 치루고 뒤늦게 깨달았다.

 게임산업에 있어 시장은 중국, 기술은 한국에 있다. 어느 것이 우위인지 지금 ‘게임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롱텀’은 양자의 힘겨루기에서 쉽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칼’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냉혹함을 ‘그랜드 차이나’를 외치는 그들앞에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