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명품번호 모두 푼다

부작용 막기위해 예약 받아 추첨통해 제공

 “갖고 싶었던 명품 전화번호를 다 드립니다.”

 내년 1월부터 이동전화의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합됨에 따라 이동통신업체들이 남아있는 ‘골드번호’를 대거 풀면서 막바지 신규 고객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골드번호’란 1111, 1133, 7777 등 일반인들이 기억하기 쉬운 반복적이거나 통일성이 있는 번호들로 이통사들이 그동안 VIP용으로 비축해 놓거나 중도해지 고객들로부터 확보해 놓은 것.

 일반 고객들로서는 갖고 싶어도 갖지 못했던 번호들인 만큼 12월말까지 얼마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신규 가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통사들의 기대다.

 SK텔레콤은 최근 ‘명품 브랜드 011 마지막 가입 기회를 드립니다’는 플랭카드를 전국 대리점 및 판매점에 내걸고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섰다.

 ‘SPEED 011’이라는 브랜드 유지를 위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온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통합번호제도 실시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내년에 함께 시행되는 번호이동성제 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마지막 011 고객 확보가 향후 가입자 감소 등을 대비한 차선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각 대리점들은 그동안 확보해 놓은 최고의 골드번호를 가입자들에게 제시하는 한편, 일부 대리점들은 일단 011로 가입하고 내년에 맘에 들지 않으면 타 사업자로 옮겨가도 된다며 친절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KTF는 지난 9월부터 016, 018의 주요 골드 번호를 인터넷 멤버십사이트(http://www.ktfmembers.com)에 게시, 신규 가입 희망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골드번호로 신규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상당수 이용하고 있고 연말까지 계속할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이를 악용해 선점하지 못하도록 예약을 받아 추첨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식별번호에 대한 가입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LG텔레콤으로서는 이같은 마케팅이 별 의미가 없다. 대신 LG텔레콤은 번호이동성을 통한 경쟁사 고객끌어오기와 내달께 정통부가 발표할 예정인 ‘010’ 식별번호 분배 문제에서도 사업자간 식별이 불가능하게 정책이 결정되도록 다양한 건의를 진행중이다.

 이처럼 ‘골드번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이를 악이용(?)하는 세력들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통신판매업체 및 다단계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작위로 살포하는 “‘010’ 예약번호를 받습니다”가 바로 그것.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통합 ‘010’번호 이후 8자리(xxxx-xxxx)를 두고 희망번호를 사전 예약할 수 있다는 광고메일이 수차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동통신 3사의 번호분배가 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사전에 예약할 수도 없고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설명. 한마디로 고객들의 심리를 악용한 다단계 판매업자들이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려는 의도로 불법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각 사별로 어떻게 번호를 분배할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전 예약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방침이 정해지면 연말께부터나 010 번호에 대한 예약가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