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해외조사 `삐걱`

두번쌔 시찰국 `멕시코 방문` 좌절

 지상파 디지털TV(DTV) 전송방식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25일간 9개국 해외 시찰의 대장정을 떠난 DTV 해외조사단이 두번째 시찰국가인 멕시코 방문이 좌절됐다. 이는 현지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추진한 데 따른 것으로 ‘수박겉핣기식’ 조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을 낳았다.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KBS·MBC·SBS 지상파방송 3사, 언론노조, 삼성전자, LG전자 등 지상파DTV 전송방식과 관련된 국가 기관 및 방송사들이 참여한 DTV 해외조사단은 26일부터 이틀간 지상파DTV 전송방식을 곧 결정할 예정인 멕시코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멕시코 정부가 끝내 시찰을 허락하지 않아 방문을 취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멕시코 정부가 전송방식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조정이 안된 상태며, 현재도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어서 협조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해 방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멕시코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SCT(Secretary of Communications and Transport)를 방문해 △DTV 표준 채택 일정 △DTV 표준 채택시 고려사항 및 절차(시험방송 추진경과 포함) △DTV 표준 채택시 수출에 미치는 영향 △휴대수신 서비스 제공방안 △전파월경시 해결방안 등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멕시코는 아직 기술표준을 채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 산업에 큰 영향을 받는 국가여서 미국방식 표준 채택여부와 산업적 고려사항 등이 국내 전송방식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나라였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의 방문 불허 방침 최종 통보로 해외조사단은 미국에 이틀을 더 머무른 후 27일 다음 방문국가인 캐나다를 방문하게 됐다.

 조사단의 또다른 관계자는 “멕시코의 경우 내년 1월중 있을 전송방식 결정과 멕시코내 정치상황이 맞물려 시찰이 취소됐지만, 미국내 조사는 충분한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 방문할 국가들에서는 별 문제없이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조사단은 미국방식을 주장하는 측과 유럽방식을 주장하는 측이 모두 참여한 까닭에 출발부터 사소한 일로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 앞으로의 시찰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17명이 참여한 이번 해외조사에는 1인당 약 2000만원씩 총 3억4000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며, 이 중 1억6000만원이 방송발전기금과 정통부 예산으로 책정됐다.

 한편 조사단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의 ATSC·FCC·싱클레어방송그룹을 시찰, 미국방식인 8VSB의 수신성능 개선 현황과 미국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방향, 미국방식의 문제점 등을 조사했다.

 해외조사단은 ATSC가 미국방식의 우수성을 강하게 강조한 반면, 미국방식의 문제점을 최초로 제기했던 싱클레어방송그룹측은 미국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강한 독설을 퍼부었다고 밝혔으며, FCC는 미국의 디지털 전환 정책방향이 이동수신보다는 고화질의 HDTV에 있음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