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 대학 교수들의 건의

 전국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대학 입시 및 이공계 교육제도의 전면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전국 3대 이공계 대학장 협의회를 대표한 교수들이 대통령 건의문까지 내놓고 이공계 살리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챙겨야 이공계가 살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특단의 대책으로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을 위한 비상협의체 구성 △중장기적 인력 수급 대책 마련 △대학 입시제도의 전면 재검토 △우수 이공계 유인 정책 수립 등을 제시했다.

 이공계 대학교수들의 이번 건의문 발표가 아니더라도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우리가 하루빨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이공계 기피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청소년들의 창조적 과학기술 발달이나 국제경쟁력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기술인력 양성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이번에 제시한 건의문을 토대로 이공계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정책에 최대한 빨리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시대의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다. 중국은 우리를 바짝 뒤쫒고 있고 선진국들의 기술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나라 안에서는 지역간 세대간 갈등에다 국회공전 . 정치권비자금 사건. 노사갈등 등이 겹쳐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국가의 번영과 생존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우수 청소년들의 이공계 지원이 줄고 있고 이미 이공계에 진학한 대학생들도 진로를 바꾸는 일이 적지 않다. 경기가 침체되면 출연연 등의 연구인력을 줄이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공계출신인력의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올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해 4급이상 정책결정 직위에 기술직의 보임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5급 기술직 신규채용을 늘리는 등 채용과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공계 전공자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기술고시와 행정고시를 통합 운영하고, 5급 공무원의 기술직 채용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최우선과제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고 근간이 기술개발인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일등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대학이 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공계를 살리려면 우선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마련한 정책은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고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게 이공계 출신 공직진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자면 대통령을 비롯한 인사권자의 확고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 이공계 교육제도와 현행 대학 입시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과학기술연금제 및 대처 군복무 제도 등 과학기술인력의 사기진작책 등 흡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