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7일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젊은 KT를 만들기 위해 40대 팀장급들을 대거 승진시켜 전진배치했다. 민영화 2년차를 맞는 KT답게 젊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그러나 이번 KT 인사는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그동안 KT의 성장을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역할이 큰 차세대 주자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물론 기술본부 연구위원이라는 직책이 주어지긴 했으나 직접적인 연구를 할 일이 없는 이들은 회사의 후속 처분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세계 일류기업들의 강점은 차세대 주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준비된 사람’이 많아야만 경영의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젊은층을 대거 발탁한 KT의 인사도 이러한 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급변하는 통신환경에 놓인 KT로선 이제 발탁해 키우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인사에서 밀려난 고위급 가운데 호남 출신이 많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으나 이러한 의문은 당분간 KT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
KT가 경영진부터 젊어진다는 것은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KT 성장의 근간이 돼온 연장자들의 역할이 없어짐으로써 전반적인 사기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다. 더욱이 새로운 밑그림을 명확히 하지 않은채 솎아내기식(?)으로 우선 발령을 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민영 KT로선 변화를 추진해야 하고 이번 인사도 이러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KT가 어떤 비전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게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지적에 KT로선 “민간기업의 일에 왜 ‘감놔라 대추놔라’고 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KT는 IT산업은 물론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민 기업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