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 주도권을 잡아라](3)헤게모니 싸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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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만 있고, 실천은 없다.’

 텔레매틱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산업 육성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산업 특성상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처별 주도권 다툼으로 육성책이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을 땐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한다.

 현대차가 6년동안 준비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이 출발부터 ‘반쪽 서비스’로 전락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정보이용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아예 고속도로 정보를 서비스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킬러 애플리케이션 확보 차원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통합 교통정보센터가 부처간 알력다툼으로 미뤄지지만 않았더라도 이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텔레매틱스 산업에는 정통부, 산자부, 건교부, 문화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가 걸쳐있다. 자동차, 통신, 전자, 콘텐츠 등 이종 산업군이 함께 빚어내는 컨버전스산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부처가 하나같이 주무부처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통부와 산자부가 각각 발표한 육성책이 거의 똑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 주도권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A부터 Z까지 모두 다하겠다고 나서니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김중희 전무는 “텔레매틱스 산업이 유망하다고 하지만 정작 국내 사업자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며 “사업을 하려면 불합리한 제도나 법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노력이 너무 더디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정부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를 통해 부처간 업무조정 작업에 나섰으나 여전히 이견이 심한 상태다.

 동북아추진위 이정협 박사는 “텔레매틱스 산업은 융합적 성격이 강한 만큼 어느 특정부처가 주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규제완화, 기술개발 및 표준화 등을 주도할 협의체 수준의 조직이라도 이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일본과 미국에서는 왕세자와 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정책을 조율하기도 했다.

 정부부처와 별도로 산업군간 헤게모니 싸움도 걸림돌이다.

 자동차든, 통신이든 특정 업체가 모든 사업을 주도하려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너큐브 정윤기 사장은 “주력업종이 아닌 분야까지 자체 인력으로 소화하려는 것은 향후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결국 비용은 배이상 들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특정 산업군 주도의 사업이 넘쳐나면서 서비스간 호환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개방형 플랫폼 표준화기구 OSGi 존 바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초창기에는 정부부처나 산업군간 협력모델이 정착되지 않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허비했다”며 “협력모델이 하루빨리 정착될 때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나 기술표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