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을 겨냥한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이 은행권과의 무차별 제휴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입 초기인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사업자·은행별로 호환불능 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3개사가 은행 지점을 사실상 대리점화하는데만 급급해 제각각 다른 기술규격을 보급하고 나설 태세인데다, 서비스 경쟁전에 몰린 은행들마저 암호알고리듬·전자통장규격 등을 독자 채택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금융서비스는 새로운 금융·통신 융합상품이자 첨단 이동통신서비스라는 당초 도입취지는 퇴색하고, 이통사들의 과열경쟁에 인프라 중복투자와 호환불능의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국민은행(일명 뱅크온)을 필두로 최근 이통 3사와 주요 시중은행들간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제휴가 잇따르고 있지만 사업자간·은행간 서비스 호환논의는 전면 배제된 채 저마다 독자적인 기술규격을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내년도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앞둔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모바일금융이라는 서비스 목적보다, 은행 지점을 사실상 대리점으로 판단하고 은행권 붙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입자들에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는 한편, 금융권 인프라 중복투자 등 국가적인 낭비도 초래한다며 도입초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먼저 뱅크온 서비스를 출시한 LG텔레콤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공동의 칩카드 암호기술표준으로 합의한 ‘SEED’ 알고리듬 대신, 상용화에 유리한 외산 ‘3DES’와 독자적인 전자통장 규격을 채택해 서둘러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기다 LG텔레콤이 추가 제휴를 맺은 제일은행도 국민은행과는 다른 별도 기술규격을 개발할 계획이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출시와 은행권 제휴를 서두르고 있는 SK텔레콤과 KTF도 저마다 개별적인 기술규격을 활용키로 해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사실상 호환불능의 절름발이로 전락할 조짐이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는 발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미 개발했던 프로그램과 상용기술을 채택했다”면서 “추후 은행권 및 이통사들과 호환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모바일 금융서비스 호환작업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사업자들과 은행권의 표준화 논의는 사실상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 중재 아래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던 이통 3사간 모바일결제(적외선 통신프로토콜) 기술 표준화 논의가 전면 중단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전자금융서비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복투자와 소비자 편익훼손을 초래한다는 점도 있지만 무분별한 서비스 도입에 따른 보안성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은행권이나 소비자들로부터 건의가 접수되면 실태파악을 한 뒤 정책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호환을 위해 지난해 도출된 금융칩카드 표준규격과 휴대폰·금융단말기간 표준 통신프로토콜 기술규격을 지금이라도 채택, 업계 공동으로 표준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이통3사·은행 기술규격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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