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인력 양성전략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국 여성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내년부터는 사교육비 등의 교육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해 본격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비는 연간 1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로 인한 공교육의 추락과 황폐화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국가사회의 분위기가 일류만 찾고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놓는 사회에서는 평범한 국민들조차도 사교육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은 제2의 기술입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전문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국가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디지털시대의 경제 및 군사적인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다각적인 IT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구하고 있다. 즉, 국제경력의 핵심이 IT 전문인력 양성에 있는 공통된 인식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고급 IT전문인력은 단기간에 육성될 수가 없다. 글로벌시대의 지식정보사회에 걸맞은 IT인재 육성을 위해 과감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향후 IT인력수급의 문제는 전문학사와 학사인력의 수급불균형보다는 고급인력의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급인력의 전문분야는 시스템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형 프로젝트 관리자, 요소기술전문가 등이다. 이 같은 고급인력은 제도권 저학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육성돼야 하고, 비제도권 기업교육훈련을 통해 완성돼야 한다.

 첫째, 글로벌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저학년부터 재미있게 세계 공통언어인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IT이니셔티브와 소프트웨어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하여 고급인력이 영어능력을 겸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능력은 저학년부터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가지 언어를 어릴 때부터 습득하면 개념정립이 정확하여 지능도 높아지고 이해력도 매우 탁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재미있는 영어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정규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

 둘째, 사고력과 논리력을 극대화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언어를 저학년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회피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이공계에 진학하면 어려운 공부를 해야하지만 미래의 비전이 없고, 대우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IT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영어와 같은 일종의 구조화된 언어다. 따라서 저학년부터 학습할수록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는 중학교 2학년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정식교과목으로 채택해 학습하고 있다. 김일성의 지시로 1980년 중반부터 북한의 많은 중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셋째, 대학의 운영개념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주로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은 기초과학과 기초기술교육에 집중하고 개인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사립대학은 기반기술과 산업기술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 및 대학원의 정원도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넷째, 비제도권의 IT인력양성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이를 위해 IT전문교육 지원사업으로 326개의 민간 IT교육기관을 선정,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교육기관은 IT비전문가의 전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산업체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자체 인력양성이 매우 어려우며, 설령 가능한 경우에도 고급 전문인력 이직률이 너무 높아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양성을 꺼리는 실정이다. 잠재적인 IT인력양성으로는 소외계층이나 영재교육 등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군장병, 노인, 여성, 장애인 등의 컴퓨터 활용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IT영재 육성지원과 정보화선도교사 양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끝으로, 글로벌디지털시대에서 남북IT인력양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민족의 백년대계를 가꾸는 일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IT인력양성정책을 개발하고 제도권 교육과 비제도권 교육의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남북IT인력양성은 정부주도보다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중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IT기술자 및 IT전문가들에게 윤택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에게 깊은 꿈과 희망을 심어야 한다.

◆이남용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바산네트워크 대표nylee@computi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