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대폰업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내년에는 해외파 대 국내파 최고경영자(CEO)의 사운을 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입된 해외파 CEO들은 국제적 감각을 앞세우는 반면 국내파 CEO들은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로 맞서고 있다.
해외파 CEO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전문 경영인은 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이다. 스탠퍼드 전자공학 박사로 휴대폰업계 해외파 CEO의 원조격인 송 사장은 올해 내수 시장의 성공적인 진입과 거래소 상장으로 휴대폰업계의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그는 내년에 팬택&큐리텔을 내수 2위와 글로벌 휴대폰업체로 만들 작정이다. LG전자라는 대기업을 넘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큐리텔’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해외 IR에서 송 사장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다”며 “송 사장은 기술과 시장, 경영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으로 투자자들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가형 어필텔레콤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은 배인탁 사장도 해외파 CEO의 선봉장이다. 배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최근까지 인텔캐피털의 한국투자담당 본부장을 역임했던 정통 해외파.
그는 “어필텔레콤의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략적 제휴 파트너인 모토로라와 함께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 미주 등 주요 시장에서 협력체제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필 맥슨텔레콤 부사장도 떠오르는 해외파 CEO다. 예일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외교통상부 UN법률자문,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이화여대 법과대학 교수 등을 거친 국내의 대표적인 외교통으로 활동한 그는 휴대폰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홍성범 회장은 그를 30년 전통의 휴대폰업체인 맥슨텔레콤의 ’명가 재건’을 담당할 적임자로 낙점하면서 “글로벌 경영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선 대표적인 국내파 전문 경영인은 이성규 팬택 사장. 애니콜 성공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이 사장은 지난 2001년 팬택에 둥지를 틀면서 “3년이면 팬택을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이 팬택의 CEO로 취임한 지 꼭 3년째 되는 해다.
이 사장은 내년에 팬택을 시장 다변화와 생산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휴대폰 빅 10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는 또 팬택계열내에서 해외파 대표주자인 송 사장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팬택&큐리텔의 모회사격인 팬택의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LG전자와 텔슨전자에서 뼈가 굵은 한남수 텔슨전자 사장도 토종 CEO로 내년에 중국 생산공장 설립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