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낙관은 금물

 수출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98년 12월의 37억7000만달러이후 59개월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돼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달 수출액은 작년 동기에 비해 22.5% 증가한 186억1700만달러를 이룩했다.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보였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수출은 1930억달러에 이르고 무역수지 흑자도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산업자원부의 전망이다.

  지난달 달성한 수출액 186억1700만달러중 반도체가 전체의 22.1%인19억7000만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가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전체의 51.2%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EU 수출은 줄어 들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흑자규모는 늘어난 반면 대미흑자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제품의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처 개척에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이나 정부가 배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수출증가세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여전히 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이 피격당해 이곳의 수출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은 수출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제때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출량이 늘어나도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제 혜택을 늘리거나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최대한 설비투자를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 경제를 보면 내수는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소비가 둔화되면서 일부 자동차업체는 판매부진을 이유로 생산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백화점에서는 겨울세일을 해도 연속 마이너스 매출이다.

 수출지역 다변화와 수출품목 다변화도 추진해야 할 과제다. 우리가 가장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의 경우 우리와 시장 다툼을 벌야야 할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다.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중국도 이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개발비나 연구인력에 투입하는 비용을 매년 대폭 늘리고 있다. 우리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연구인력이나 개발비를 대폭 삭감하는 일이 적지 않다.우리와 대비되는 현상이다.

 수출품도 반도체와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이 주류다. 만약 반도체 가격이 폭락할 경우 우리 수출액은 급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대산 신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해 수출주력 품목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인 처방은 외국의 무역장벽 등에 구애받지 않고 수출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다. 일류 상품화 노력에 박차를 가해 제값 받고 물건을 팔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 등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나설 때 수출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