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대통령을 IT 홍보대사로

 올 초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물에 노무현 대통령이 모델로 등장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외 홍보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가치가 얼마만큼 됐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앞장서는 세일즈 대통령,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열린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사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 메이커인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정보통신(IT) 전도사로 나설 모양이다.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엑스포&디지털콘텐츠페어2003’ 행사에 나타난 대통령은 시스템온칩, 서버, 음성인식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한 IT 전문용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전시된 소프트웨어 제품에 일일이 관심을 표시하며 던지는 질문과 주문에 대통령을 수행한 보좌관들과 주무부처 장관이 귀를 곤두세웠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보통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윈도’같은 소프트웨어가 있나.” “(한 모바일 게임을 가리키며) 이게 일본 게임인 다마고치 다음을 책임질 수도 있겠군.”

 ‘윗분’의 말씀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 정도로 치부할 어리석은 참모는 없다. 금과옥조는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고 세부 실행 계획이 마련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업계가 목을 매는 것은 이런 이유다. 정책뿐 아니다. IT강국을 자임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IT에 누구보다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투자를 고민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믿음을 던져줄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며칠 전 한 TV 프로 대담에 나와 ‘국내 게임산업에 해외 자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며 게임업체 육성 의지를 내비친 이후 게임 업계는 상당히 고무돼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에 보이는 대통령의 관심이 실질적인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