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청 앞 광장엔 화려한 조명이 밝혀지고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은 축제분위기 속에 빠지기 마련이다. 기억해보면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항상 들뜬 채로 놀거리를 만들며 지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보면 행복해 할 수 없는 이들이 꽤 많은 듯 하다. 자칭 신용사회라는 곳에서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기고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못해서 쉬고 있는 청년실업자만도 70만명에 육박하는 것이 현실이란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다.
TV의 교양프로그램과 뉴스에서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미개발 지역의 판자 주택 단지 등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창틀에 비닐을 덧대고, 고작 30∼40장의 연탄을 벽 한켠에 쌓아놓으며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끝냈다고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빨간 구세군 냄비에 성금을 넣는 일도 좋고 결핵퇴치를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사는 일도 좋다. 하지만 IT 세상을 사는 우리들이 IT를 이용해서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IT 환경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간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예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지만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 고유의 정은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이젠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정을 함께 나누는 IT 세상을 만들어보자. 얼마전 TV광고에서 특정 번호로 전화를 하면 후원금이 적립되는 내용을 봤다. 비록 기업 광고이기는 했지만 IT를 통해서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행사를 만들어보자. 온 국민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과 관련해 이동통신 업체들이 후원금 모금을 위한 통합이벤트를 할 수도 있고,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하는 거대 포털 및 유명사이트에서도 이웃을 돕기 위한 순순한 의미의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이다.
함께 나누는 IT 세상을 통해서 시청앞 광장의 사랑의 온도계 눈금이 끝없이 올라가는 2003년 연말이 됐으면 한다.
김기훈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