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시스템 SW를 공유하자

 정보기술(IT)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중에 운용체계(OS)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 속한다. 그 이유는 운용체계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개발 또는 상품화하는 데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며,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IT 영향력,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은 IT 선진국으로 대외 신인도 제고에 일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정보가전 등 주로 하드웨어 관점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뿐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들어오면 여타 나라와 같이 외산 제품에 의한 지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등 소프트웨어 업계를 주도하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등 미국의 다국적 IT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할 때 대학교 전산관련 학과를 대상으로 기증 프로그램을 전개했고 이를 통해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선각수용자의 역할을 한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다양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을 북한 대학교에 제공하여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현재 북한은 쿠바, 이란, 수단, 시리아 등 미국이 수출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므로 다국적 IT기업들이 라이선스를 판매할 수 없는 시장이다. 물론 북한 내부적으로는 필요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기증을 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클 것으로 생각된다.

 기증 품목으로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미들웨어에서부터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고, 구체적인 지원체계는 정부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성화해 주고 개별기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물론, 단기간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내와 끈기를 갖고 상호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남북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도로 정착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 IT기업의 경우 북한의 고급인력을 연구개발 과제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활용할 수 있으며, 북한의 경우 필요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남북한 개발자들간에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이공계 젊은이들의 상호교류에도 적잖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시대 이후 북한지역은 또 한번 국내외 IT기업들의 격전장이 될 것이다. 이미 남한은 대부분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외산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통일시대에 한반도 전체가 외산 제품으로 지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증을 정부 차원에서 전개했으면 한다. 또한, 국내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시장점유율이 아직 지배적인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호환성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기증을 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좋은 남북교류 사업이라 하더라도 법적, 제도적 장치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대표이사 thkang@unisq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