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가 만만해 보이나

 ‘바이오사업 진출로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 지난해 제네틱스홀딩스에 이어 10월 자네트시스템, 솔빛텔레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줄줄이 바이오 사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업이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진출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들 기업이 모두 최고경영자(CEO)의 주가조작 혐의 및 공금 횡령, 불공정 공시, 수익성 악화 등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난 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부양이나 그저 회피성 대책으로 바이오를 내세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장 먼저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던 제네틱스홀딩스는 1년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이 회사는 전자화폐에서 바이오, 반도체 장비 판매로 주요 사업을 또다시 변경하고 CPN으로 사명을 3번째 변경했다. 인력확보나 기술 개발없이 해외 유명 기술을 가져다 팔려던 이 회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자네트시스템과 솔빛텔레콤도 이렇다할 바이오 분야 인력을 수급하지 않고 외부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제 2, 제 3의 제네틱스홀딩스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또한 높다.

 IT기업들의 바이오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매출기반과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투자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적어도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적인 IT기업인 IBM과 HP 등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을 이용하는 바이오 분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수백억원대의 엄청난 자금과 유능한 인력을 보유하고도 성공확률이 1% 미만인 산업이다. 코스닥에서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그저 주주들의 눈가림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할 만큼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그저 발등에 불을 끄려고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계획 없이 바이오라는 허상만 내세워 더 큰 화를 자처하고 있지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