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공동화 더이상 방관 안된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제조업 공동화와 산업구조조정 국제회의에서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가 앞으로 4∼5년 안에 본격화 될 것이라는 해외전문가의 지적은 우리가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 분야 발전이 없으면 무역수지 불균형 등으로 경제 불안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현안 이슈가 되고 있다시피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상업체의 47.5%가 이미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했고 4곳 중 1곳은 앞으로 2년 이내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설비가 35년만에 처음으로 1.7% 감소했다는 통계청 조사결과와 제조업 부문의 해외 투자가 지난해 1800여건으로 급증하고 업종도 첨단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확산일로라는 대한상의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는 것은 그 심각성을 잘 얘기해 준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봇물을 이루면 국내 산업의 설비투자 격감, 일자리 창출 위축 등이 뒤따르고, 급기야 성장잠재력의 추락 사태마저 피하기 어렵다는 점은 정해진 수순이다.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는 국내 본사와의 교역증대 등 제조업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산업공동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특정 산업 혹은 특정지역에서 기업의 해외 이전이 집중될 경우 투자환경 악화시 사회·경제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는 등 파급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이다,

 해외전문가들이 제조업 공동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하이테크 산업, 연구·개발(R&D) 분야 등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문제가 주요 이슈이 되고 있는 상황이며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모두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으로의 제조업 이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 일본, 대만 등 3국은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 국가들이 기업의 중국 이전에 대처하기 위해 자국내 정책수단뿐만 아니라 국가간 네트워크 구축 등 협력적 분업체제를 만들어 상생할 수 있는 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해외전문가의 지적은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우리가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이 제조업 공동화 해법으로 제시하는 산업집적지 조성도 주변국가들과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이테크 산업의 해외 이전을 금지하는 정책은 대만의 사례에서 말해주듯 오히려 효과가 없고 경쟁국가나 기업에 뒤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은 경고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이번 국제회의에서 느껴야할 것은 제조업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분적이고 임기 응변식 대응보다는 경제시스템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조업 해외 이전을 크게 산업구조 전환의 한 모습으로 보고 제조업의 질적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 등 정부차원의 산업육성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의 밑바탕에는 기업 및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고 노사관계 안정과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점은 두말 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