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선랜 자국 독자코드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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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의 정책을 따르기 싫은 외국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떠나라.”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첨단 하이테크 분야서도 신중화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달초 자국에서 판매, 생산되는 모든 무선랜(Wi-Fi) 장비에 국제 규격과 다른 중국 고유의 암호코드를 탑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정부는 최근 새로운 무선랜 암호코드의 사용, 배포권한을 일부 중국계 IT업체에 독점시키는 배짱까지 부리는 등 한술더뜨면서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로부터 말도 안되는 불공정 행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J)은 중국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독자 개발한 무선랜 암호코드를 화웨이, 레전드, 센젠밍와아오한, 상하이코알, 욱시장난컴퓨터, 청뚜웨스트원, SDT텔레콤, 선양뉴소프트, 선전ZTEIC, 상하이윈컴, 베이징와치데이타소프트 등 11개 중국계 업체에 독점 제공키로 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통신장비업체들은 라이벌관계인 중국계 업체들과 합작하지 않고서는 중국당국이 의무화한 무선랜 암호기술을 도입할 수 없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외국기업들은 새로운 암호기술을 이전받는 협상과정에서 중국측 파트너에 자사의 민감한 기술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에 특히 우려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11개 중국업체들이 담합, 과도한 로열티를 이유로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암호코드를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에도 외국업체들은 뚜렷한 대책이 없으며 중국정부의 단속이 시작되는 내년 6월부터 외산 무선랜 기기는 중국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국기업들은 중국당국의 정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측의 반응은 싫으면 당신들이 나가라는 식이다.

 실제로 무선랜 암호코드를 받은 쳉두웨스트원측은 “그들(외국업체)이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와 제휴해야 할 것”이라며 여유만만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과 중국간에 고조되는 무역분쟁에도 복잡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중국정부의 무선랜 암호 독점조치가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조기에 해결되길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무선랜뿐만 아니라 3G 이동통신, DVD 등 여타 첨단산업에서도 중국내 표준규격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지난 10월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정부는 천하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신중화주의를 첨단 IT산업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