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와 MP3플레이어업계가 통합 멀티미디어기기 시장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대폰이 멀티미디어화와 컨버전스(융합)에 힘입어 통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급부상한 가운데 MP3플레이어 업계가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포터블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내놓고 휴대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PMP는 영화·게임·음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현재 휴대폰에서 제공하는 기능들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이 분야 시장을 놓고 휴대폰업계와 MP3플레이어업계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MP3플레이어업계 “우리가 먼저다”=휴대폰의 컨버전스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 MP3플레이어업계가 가장 먼저 PMP로 전공과목을 바꾸고 있다. 휴대폰업계가 내년에 MP3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폰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MP3플레이어업계는 거대 휴대폰업계와 경쟁해야 할 판이다. 이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PMP 개념의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출시하고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어 국내 MP3 플레이어업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MP3플레이어업체들은 내년초부터 PMP 제품들을 시장에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제품에는 휴대폰보다 한 발 앞서 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덕준 레이콤 사장은 “초기에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고가로 제품을 공급하다 대중화 계기가 마련되면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끌어내려 휴대폰과 경쟁할 것”이라며 “PMP에 통신모듈만 탑재하면 이동전화도 가능해 휴대폰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대폰업계 “컨버전스폰이 한수 위”=휴대폰업계는 PMP가 휴대폰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제품이 시장에 나와 대중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지원도 받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휴대폰은 고화질 카메라폰을 비롯해 MP3폰, TV폰, 스마트폰 등 컨버전스 바람을 일으키며 ‘통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특히 노키아, 삼성전자 등 거대 휴대폰업체들이 앞다퉈 휴대폰의 멀티미디어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은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의 적극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 개발과 휴대성을 무기로 통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진화했다”며 “휴대폰은 앞으로 신용카드·방송수신·캠코더·신분증 등의 기능이 모두 가능한 ‘올인원(All-in-One)’ 단말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MP, 컨버전스 경쟁 촉발=하지만 최근 노키아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키아는 내년 1월부터 조직내에 멀티미디어와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등 2개 사업부서를 신설, 일반 소비자와 기업시장을 겨냥한 영업 활동을 강화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게임폰인 엔게이지를 대표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욜마 오릴라 노키아 회장은 “소니, MS가 게임기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노키아의 게임 겸용 휴대폰 출시는 기업 성장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최근 월스트리스저널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니와 MS의 게임기는 현재 PMP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PMP 출현은 결국 정보기기의 컨버전스 속도를 더욱 가속시킬 전망이다. 휴대폰도 컨버전스의 공세 입장에서 수세 입장으로 바뀔 공산이 커졌다. 통신모듈만 탑재하면 모든 정보기기가 휴대폰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