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00여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거나 추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만, 몽골 등과 더불어 단 하나의 FTA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가 국제시장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형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기업들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FTA체결 1호국가로 예상됐던 칠레에서는 26%에 달하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졌다.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등 우리의 주력 수출제품도 EU, 일본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오는 2005년을 목표로 쿠바를 제외한 전 미주대륙 34개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FTTA)이 추진됨으로써 자칫하면 북미, 남미, 중미 등 미주시장 전체를 잃을 수 있는데도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별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미지근하다.
사사건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도 멕시코와의 FTA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언론에서는 호들갑이었지만 사실 업계에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이미 일찍이 예상되던 일이었다. 만약 FTTA가 예정대로 발효되면 일부 대기업과 이미 미주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의 이 지역 진출은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관세를 부담하면서 관세 없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고 다급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태세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느긋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무역 국가다. 무역으로 돈을 벌어서 필요한 물자를 사다 쓰는 우리 경제가 점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 기업, 단체 등 모두가 미래의 수출시장인 FTA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무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60년대 경제개발 시기부터 ‘무역입국’이라는 기치아래 국내산업을 수출과 연계해 발전시키면서 수출증대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왔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필요한 물자를 사다 쓰기 위해 수출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60년대에는 경공업, 70년대에는 중공업, 80년대에 전자산업 등 시대적 패러다임에 알맞은 국가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여러 차례의 정치적·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제 전 세계는 바야흐로 FTA 시대를 맞고 있다. 한 세기전의 쇄국정책은 우리를 한세기 동안 역사의 주변국가로 살게 했다. 또다시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FTA를 수출전략 시장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최강의 전자무역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FTA가 발효되면 대다수의 관세가 없어짐으로써 내국시장 같은 하나의 단일 시장이 형성되며 이 시장 내에서 전자상거래 등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바로 전자무역이 된다. 따라서 전자무역의 일종인 e-FTA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되며 이 분야에서 우리가 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FTA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한·칠레 FTA에서 적용·보완하고 전세계 FTA 시장을 향해 나설 필요가 있다. 이는 막대한 수출시장 개척은 물론 뒤처진 FTA 경쟁을 만회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제 더 이상 FTA협상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수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출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출시장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 나서서 한·칠레간 FTA를 발효시키고 e-FTA도 추진해보자.
◆ 이창우 한국글로벌커머스협회 회장 president@gca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