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이 두자릿수의 고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내년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올해보다 17.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디지털 컨버전스의 심화에다 세계 IT산업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진입하면서,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16.1% 늘어나고 내수도 10.2%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이러한 전망은 312개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나온 것이어서 신뢰감을 갖게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내년에 미국의 본격적인 IT 경기회복과 국산 디지털 기기의 국제신인도 상승, 중국과 유럽시장의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20%, 전자 수출이 15.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수도 디지털기기 교체 수요와 연관산업 설비투자 등으로 10.2%우ㅏ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IT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경제도 수출증가에 힘입어 서서히 호전되는 등 기대요인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낙관적인 전망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정이야 어떻든 올해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할 정도로 고성장세를 보인 전자·정보통신 수출 상승무드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것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그렇게 침체의 늪에서 헤맸던 내수시장도 두자릿수 성장이 예측될 만큼 밝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자칫 지나친 기대심리가 우리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국제경쟁력 개선 노력을 저해하지나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제품의 수출이 잘된다지만 가격에는 중국이나 동남아, 기술에는 일본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더 개선되지 않으면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중국 특수에 힘입은 수출호조세가 모래성이 되지 않으려면 상품경쟁력은 물론 가격결정요소의 획기적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국내 소비와 투자의 회복 조짐이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은 것도 고려 요인 중 하나다.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공장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반도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만 설비투자가 회복되고 이것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투자는 올해보다 20%정도 감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기업을 압박하는 비자금·정치자금 수사에다 노사불안, 정국혼란 등 경제외적 요인이 더 크다.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아직 내년도 사업계획과 신규 설비투자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불확실성의 본질을 직시, 더 늦기 전에 악재 걷어내기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세에 동승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전자·정보통신업체들도 낙관론에 근거해 방만한 경영목표를 세워서도 안된다. 두자릿수 성장이라는 지표보다 모든 상황변수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능력에 맞는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