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제작환경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지만 이를 다룰 전문인력 부족해 고가의 디지털방송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송시스템의 디지털전환과 디지털콘텐츠 제작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송제작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장비와 인력에 대한 교육체계가 부족해 첨단 방송장비를 다루는 인력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디지털장비=내년 지상파 3사가 예정한 장비구매액은 약 1700억원으로 대부분 기존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디지털장비다. 여기에 케이블방송사와 제작협력업체, 스튜디오 등에서 도입하는 디지털 장비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HD방송과 데이터방송 등 새로운 방송제작환경이 달라지면서 비선형편집기(NLE)를 비롯해 캐릭터제너레이터, 특수영상장비 등 기존 아날로그장비와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장비들이 대거 방송사로 도입된다. 이같은 장비들은 대부분 컴퓨터와 결합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만큼 상당기간의 전문교육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한국방송제작기술협회 이한범 사무처장은 “하지만 영세한 제작협력업체들이 디지털장비를 운용할 전문인력이 없다보니 아예 디지털장비 도입자체를 꺼려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비 어떻게 배우나=지상파방송사의 3000여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은 소위 ‘도제식’ 교육으로 기존에 장비를 운용하던 선배 기술인이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한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장비가 도입되면 마땅히 기술을 배울 방법이 없다. 결국 장비를 도입한 방송사와 업체들은 장비를 공급한 업체로부터 기술을 습득하는 수밖에 없고 대리점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직접 방송사를 찾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고가의 방송장비를 들여놓고도 사용할 방법을 몰라 장비에 먼지만 쌓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협력업체 200여 곳의 2000여명에 달하는 용역계약직의 기술인력들은 새로운 장비와 기술에 대한 교육이 전무해 심각성을 더한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 ‘시급’=업계는 이같은 기술인력의 부족은 기본적으로 방송장비를 다루는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한다.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장비 기술종사자 중 영화관련 영사기사만 기술사 자격증이 있는 반면 방송장비, 송신장비 기사는 자격증 자체가 없다. 반면 미국은 방송기술인협회에서 새로운 장비에 대한 기술을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방송기술관련 자격증도 부여한다. 나아가 이를 위해 아예 방송사가 기술인력을 여유 있게 운용해 현장 기술인력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MBC기술인협회 문효선 회장은 “기존의 도제식 교육이나 일부에서 이뤄지는 특정 제품에 대한 교육으로는 복잡해지는 디지털장비에 대한 기술인을 양성할 수가 없다”며 “관련기관이 주도하는 교육시스템과 자격증 제도를 신설해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장비교육과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